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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가이드라인' 핵은 '골수 친노 배제'

김근태, 3대 메시지 통해 "반한-비노전선 구축" 주문

정치권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던진 세 가지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첫번째는 대선경선에 참여하라고 언급한 인사가 7명이란 사실이다.
두번째는 불출마선언과 동시에 열린우리당 탈당을 했다는 사실이다.
세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선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김근태의 세가지 메시지 "반한나라-비노무현 전선 구축하라"

열린우리당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김 전의장의 불출마 선언을 격찬하며 "그의 칼은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되었다"며 "통합에 관한 한 그는 법이자 길이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했다. 김 전의장이 범여권 대선주자중 유일무이하게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제시한 메시지가 앞으로 범여권 통합의 주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전망인 셈.

'김근태 메시지'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대목은 '7명'이다. 그는 정동영, 천정배, 한명숙, 이해찬, 김혁규, 손학규, 문국현 7명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경선 참여를 주문했다. 이 가운데 한명숙, 이해찬, 김혁규는 친노인사들이다. 이들은 친노인사면서도 그러나 내심 열린우리당 탈당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노인사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골수 친노'는 아닌 것이다.

김근태는 그대신 유시민, 김두관, 신기남, 김원웅, 김병준 등 이른바 '골수 친노' 대선주자군은 예외없이 제외시켰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사수를 외치는 세력이다. 노무현대통령과 사활을 같이하겠다는 세력이다. 김근태는 이들과는 함께 범여권 통합을 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근태의 두번째 메시지, 즉 '열린우리당 탈당'은 그가 지목한 '7인'에게 즉각 열린당을 탈당하라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특히 현재 열린당에 적을 담고 있는 정동영, 한명숙, 이해찬, 김혁규에 대한 즉각적 탈당 압박이다. 이들은 내심 탈당을 생각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측 분위기를 의식하며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근태 메시지는 간단하다. "탈당해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든, 아니면 남아서 골수 친노들과 경선을 하든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다.

김근태의 이같은 메시지는 노대통령을 향한 세번째 '선거개입 중단' 요구와 맞물리면서, 그가 '반한나라-비노무현 전선' 구축을 주문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최고위원 등 김근태 전 의장지지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김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와 우리당 탈당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골수 친노 침묵

'김근태 가이드라인'은 벌써부터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지목한 '범여권 7인'은 한결같이 그의 결단을 "살신성인"으로 규정하며 그의 뜻에 따라 범여권 대통합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해찬 전총리는 오는 19일께 대선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구체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손학규 전지사도 오는 17일 선진평화연대 발족후 대통합에 적극 뛰어들 분위기다. 현재까진 범여권 대통합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사장도 마냥 거부 입장을 밝히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김근태 탈당을 계기로 열린우리당 탈당은 거침없는 형태로 진행될 게 확실해졌다. 잔류 열린당은 '골수 친노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반면에 청와대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고, 대선주자군에서 배제된 '골수 친노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김근태-정동영에 대해 "할말을 하려면 불출마선언을 한 뒤 하라"고 하던 골수 친노들로서는 김근태 가이드라인에 딱이 반격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김근태의 부메랑을 맞은 형국이다.

통합민주당과의 대통합 논의 등 넘어야 할 많아

이처럼 김근태의 불출마 선언과 가이드라인으로 그동안 혼미를 거듭하던 범여권 대통합의 윤곽이 어렴하게나마 제시된 형국이다.

김근태 전의장은 앞으로 불출마 선언을 무기로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 등에 강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범여권 대선주자회의를 결렬시킨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서도 강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재야에도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연석회의 등을 결성한다 할지라도 어떻게 범여권에 등을 돌린 국민에게 '감동'을 일으킬 것인지가 우선 직면한 최우선 과제다. 통합민주당과의 대통합 추진도 넘어야 할 쉽지 않은 산이다. DJ는 강력한 대통합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나, 박상천-김한길 지도부가 만만치 않은 저항을 할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근태 불출마는 극한적 전쟁상태에 돌입한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갈등과 맞물려 연말 대선정국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단이었다는 게 범여권의 지배적 평가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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