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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인보조견 활성화에 정부 나서야”

26일 ‘세계안내견의 날’ 맞아 인권위 실태조사 및 정부 권고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대중교통 수단에 탑승하거나 공공장소 및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고자 하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장애인복지법 36조 3항)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청각·시각·지체 장애인들의 보조견의 출입을 제한할 경우 벌금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게 보조견은 주변환경과 일상생활의 적응을 돕는 보조기구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 인권위)가 26일 ‘세계안내견의 날’을 앞두고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에 걸쳐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참여 차별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들이 미비한 관련법의 악용으로 각종 차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장애인과 보조견 차별금지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인권위는 “현행법에 적시되어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보조견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우리사회에서는 종종 거부의 구실로 악용되고 있다”며 ▲보조견 사용자 차별금지 명문화 규정이 없는 주거시설 및 공동주택 ▲애완견 출입규제 이외에 보조견 예외조항을 두지 않는 공원의 자연공원법 등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관련 법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장애인과 보청견의 공동주거 시설이나 공원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는 차별사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인권위는 장애인복지법과 관련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보조견 출입거부 조항폐지 ▲주거시설에서의 보조견 사용자 차별금지 명문화 ▲공공장소 등 보조견 접근권 보장 대상을 훈련사 및 자원봉사자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또한 건설교통부 장관에게는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거나 공원 등을 출입함에 있어 출입 금지 등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 법령에 예외조항을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05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안내견 대중교통 탑승 환영 캠페인'ⓒ국가인권위원회


현재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장애차별금지법, 공정주거법, 항공기탑승관리법, 애완동물관리법 등 일반법으로, 호주 퀸즈랜드주와 일본은 각각 안내견법과 신체장애인보조견법 등 특별법을 통해 차별금지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

아울러 인권위는 차별금지를 명문화할 관계법 보완과 더불어 현재 민간기구에 의존하고 있는 보조견 양성 및 분양제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시급하다는 정책권고를 냈다.

전국 보조견 이용 장애인 100여명 불과

현재까지 보조견의 양성 및 분양은 경기도 이삭도무이개학교와 삼성안내견학교 등 두 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정부의 예산지원이 미비해 한국의 보조견 도입은 전적으로 민간기구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호주의 경우 활발한 기부문화로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없고 일본은 정부가 예산 지원을 통해 보조견 육성과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기부문화가 척박한 국내 사정상 보조견 제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처럼 국내 보조견 제도의 열악한 상황은 장애인들의 보조견 이용에도 영향을 미쳐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및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권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시각장애인 3만6천1백83명 중 안내견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58명, 4만6천4백22명의 청각장애인 중 42명, 12만6천8백25명의 지체장애인 중 11명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보조공학기구 연구 및 보급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조공학기구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보조견에 대해서도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정책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안내견의 날은?

지난 1989년 창설된 국제안내견협회(IGDF)에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활동을 알리고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안내견의 날로 지정했다. 1992년 1회를 시작 올해로 15회째를 맞는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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