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이명박의 '덫' 되나
"대운하가 무너지면 이명박도 무너질 수 있다", 李캠프 당황
이명박 전 서울시장 최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이명박 진영이 최근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5.29 경제토론회에서 이 전시장은 박근혜 전대표에게 패했다. 토론회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가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간 지지율 격차도 소폭이나마 좁혀지는 추세다. <서울신문>의 '대통령감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 전대표가 이 전시자을 앞서기까지 했다. 물론 토론회를 지켜본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나, 이명박 캠프에 초비상이 걸릴만한 상황 전개다.
이명박 시장, 토론회서 '당혹감' 노출
그 책임은 이 전시장과 캠프에 있다. 이들은 토론회는 물론, 그후에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시장은 5.29 토론회에서 '대운하'와 관련, 박근혜 등 4명으로부터 '식수원 오염'과 '환경파괴'라는 양대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 전시장은 그러나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반대논리'만 선명히 각인됐다. 토론회후 대운하 반대여론이 찬성여론을 앞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시장은 또 경제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물류의 경제성에 대한 집중포화를 받자 "물류의 비중은 20%"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관광 등의 효과라는 주장인 셈. 이는 앞서 내세운 경제성 주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시장은 '경인운하 논란'도 자초했다. 이 전시장은 경부대운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 경인운하를 언급하며 "경인운하는 18Km 육지를 그대로 뚫는다. 돈도 많이 들고 저도 반대다"라고 말했다. 그후 경기인천 지역의 거센 반발이 일자, 1일 이명박캠프의 박승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부운하가 안 되면 경인운하도 의미가 없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며 "내가 이 전 시장과 통화해 본 결과 경인운하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긴급진화에 나섰다.
캠프도 갈팡질팡
토론회후에도 마찬가지. 즉각 반격에 나선 이명박 캠프도 갈팡질팡을 거듭했다.
그런 대표적 예가 '독극물 발언' 취소파동. 이명박 캠프의 박승환 의원은 1일 기자회견에서 "법률적으로 운송하지도 못하는 독극물에 의한 식수원 오염을 무슨 이유로 주장하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박근혜 캠프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이명박 캠프의 정두언 의원의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오늘 공식적으로 취소한다"며 "정두언 의원이 자료를 잘못보고, 끝장토론 등에서 말을 많이 하면서 이야기한 것 같은데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형준 의원이 토론회직후 식수염 오염대책으로 "취수장으로부터 상류 4km전부터 배가 다니는 수로와 취수원이 있는 이중수로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박의원 해명은 그러나 사실상 식수염 오염 가능성을 시인한 발언에 다름 아니다. 또한 강을 둘로 나눠 이중수로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등은 밝히지 못했다. 더욱이 이 전시장은 토론회때 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캠프내에서조차 대운하에 대한 내부정리가 덜 됐다는 증거다.
"대운하가 무너지면 이명박도 무너질 수 있다"
이처럼 캠프의 갈팡질팡이 거듭되면서 대운하를 바라보는 회의적 시선이 늘자, 이명박 전시장은 즉각 전면에 나섰다.
이 전시장은 1일 박근혜 진영을 향해 "독극물 이야기를 하는데 독극물은 법률상 수상운반을 못한다. 국민을 위협하는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하기보다는 경제문제니까 경제문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의문 나는 것을 서로 토의를 통해 국민에게 알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박 전대표에게 거듭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이 전시장은 이어 서둘러 법인세 인하, 출총제 폐지 등 대운하외의 경제정책을 쏟아냈다. 5.29토론회에서 자신의 대운하와 박근혜 전대표의 '줄푸세'가 대조되면서, 박근혜 공약이 낫다는 평가가 중론을 이룬 데 따른 뒤늦은 대응인 셈.
그러나 정가에서는 이 전시장의 승부수는 역시 '대운하'가 될 것이라는 지배적 관측이다. 다른 경제정책은 '이명박식 줄푸세 정책'이란 불릴 정도로 박근혜 전대표와 차별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전시장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1일 "대운하가 무너지면 이명박도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을 한 것도 이런 판단의 산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물론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박근혜 캠프는 대운하에 관한 한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방어는 필요없고 공세만 퍼부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명박 캠프는 방어를 하면서 역공을 펴야 하는 불리한 위치다. 과연 앞으로도 계속될 대운하 공방에서 이 전시장이 어떤 '역전의 묘'를 선보일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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