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22)이 30일 밤11시 4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진출두했다. 김씨는 앞서 출두한 김승연 회장과 마찬가지로 검정색 에쿠스를 타고 한화그룹 관계자 및 변호인단 5명과 함께 나타났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조사를 받기위해 조사실로 향했다.

김회장 아들 "맞기만 했지 때리진 않았다"

김씨는 1일 새벽까지 밤샘조사를 받았으나 본인과 김 회장의 `보복폭행' 가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자신은 맞기만 했지 때린 적은 없다는 것. 경찰은 이날 새벽 4시30분까지 5시간 30분 가량 조사하면서 윤모(33)씨 등 술집종업원 2명을 불러 대질신문도 했지만 `김회장과 아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김씨는 `때린 적이 없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이 청담동 G주점에서 북창동 S클럽 종업원 일행과 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계단 아래로 넘어져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지고 종업원 윤씨로부터 손바닥으로 얼굴을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종업원 일행에 대한 `보복 폭행'과 관련해서는 자신은 물론, 김 회장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피해자들의 진술 및 진료기록을 토대로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지만 실제 구속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화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10명의 법무단을 가동시킨 데다 사건이 벌어진 한달전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해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진술 이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 피해자 진술 외 증거 확보 실패, 책임론 불가피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29일 출두해 피해자의 대질심문을 장시간 거부하며 폭행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폭행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청계산 현장에 없었다는 진술을 한 것도 경찰의 증거가 미흡하다는 한화그룹측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해 김 회장이나 차남 김모씨가 법망을 빠져나갈 경우 최초로 사건을 인지한 남대문경찰서와 이를 보고받고도 묵살한 서울시 경찰청 지도부의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30일 “전반적인 수사가 종료되면 내부적인 자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혀 재벌가의 ‘보복폭행’ 파문은 경찰 수뇌부의 은폐 의혹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