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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일 단식농성' 푼 장애교육권연대

모르쇠로 일관하던 교육부, 여론 눈총에 뒤늦은 화답

“장애학생 4명 중 단 1명만이 교육을 받고, 장애인 중 절반이 초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사는 심각한 장애인 교육차별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교육법 제정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자 우리의 상식적인 요구다.”

지난 3월 13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교육권연대) 소속 학부모, 예비교사, 특수교사 31명이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장애인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토해낸 절규다.

턱없이 낮은 장애학생 교육 수혜율(25.4%)이 말해주는 열악한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정부의 특수교육 예산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자 이들은 목숨을 내건 단식농성을 선택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장애학생의 유치원, 고교과정 의무교육화 ▲시도 교육청에 특수교육 전공자 배치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 6월 제출 등 교육현장에서 장애학생이 받는 극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 전제들이었다.

그로부터 37일이 지난 18일, 교육권연대가 드디어 단식농성을 풀었다. 이들의 요구를 한달 넘게 외면하던 교육부가 뒤늦게 요구사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한달 넘게 모르쇠 일관하던 교육부, 여론 밀려 뒤늦게 수습 나서

4월 18일자로 37일간의 단식을 푸는 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이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최병성


교육권연대는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가 교육권연대의 3대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함에 따라 오늘로서 단식농성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년 장애인권의 사회적 보장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의 날을 이틀 앞두고 거둔 작은 결실이었다.

고비도 있었다. 단식농성이 25일째로 접어들던 5일에는 경남에서 올라온 김동해(39)씨가 장기간의 단식으로 인한 탈수증상으로 병원에 응급 후송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한달이 다 돼가도록 아무런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학부모 한 명이 병원에 실려 간 다음날에야 실무자 몇 명이 다녀갔을 뿐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던 교육부가 단식농성 한달 째인 14일 학부모들의 단식농성 장기화에 따른 사회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교육권연대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요구사항 중 일부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장애학생의 의무교육을 유치원과 고교 교육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도 교육청의 특수교육 전공자 배치 요구에 대해서도 “향후 전공자의 배치를 늘려가기 위해 특수교육 전공자 배치를 시도교육청 평가대상에 포함시켜 재정의 차등 배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같은 개선내용을 담은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당초 12월에서 7월로 앞당겨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인권위 7층 상담센터를 점거하고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진행해왔다.ⓒ최병성


교육권연대 “이제 시작일 뿐, 장애교육권 보장 갈 길 멀다”

하지만 교육권연대는 37일간의 단식만 풀었을 뿐 농성은 계속 이어나간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그간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 특수교육 지원강화,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권 보장 등 항구적인 차별시정을 담보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가 여전히 교육권연대의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요구에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며 손사래를 치고 있어 투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선거 때나 장애인들의 ‘4월 춘투’때면 되풀이되던 ‘정치적 수사’에 대한 경계도 이들의 농성을 풀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교육권연대가 “이번 합의 사항은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최소한이나마 강제한 것일 뿐”이라며 “교육부장관은 이번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조속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

도경만 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문건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푸는 것은 교육부총리의 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기를 바라는 염원도 포함된 것”이라며 “만약 3가지 약속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는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권연대는 기존의 단식은 풀되 인권위 농성을 계속해나가며 교육부의 이후 법개정 과정 전반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 하반기 국회 교육위에서 교육권연대의 ‘장애인교육지원법’과 교육부의 ‘특수교육진흥법’의 병합심리가 유력해짐에 따라 이와 관련한 국회의원 면담, 대국민 선전전 등 장외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회, 하반기 입법 논의에 관심 집중될 듯

이에 따라 교육권연대의 관심은 국회가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의 전면적 제도화(장애인교육지원법)’와 ‘특수교육 지원의 예산증대 및 적용범위 확대(특수교육진흥법)’ 중 어느 쪽을 주요 대안으로 채택하는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권연대가 올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3년여에 걸쳐 준비한 장애인교육지원법은 교육부가 이번에 수용한 요구안 외에 ▲장애학급 학급당 학생수 하향조정 ▲특수교육 지원체제 법적근거 마련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의 권리명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가 이미 초안을 마련하고 기관내 의견수렴에 들어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은 ▲특수교육대상자 배치확대 ▲특수학급 교원확대 등 지원체계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교육권연대가 요구하는 ‘장기적인 교육권 보장입법’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연내 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에 대한 개별면담을 시작할 예정이다.ⓒ최병성


이에 대해 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원안통과가 힘들다면 최대한 원안에 가까운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투쟁의 방향을 잡아나간다는 방침이다.

김기룡 교육권연대 사무국장은 “교육부안에는 개별화된 장애인 교육체계와 이를 위한 교육인력배치와 사후 관리감독 절차명시 등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핵심사항들이 빠져있다”며 “반드시 장애인교육지원법 중심의 입법안이 통과되도록 다양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법안은 현재 국회일정에 따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의 법안심사를 거쳐 10월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국회의 9월과 10월 일정 대부분이 국정감사와 예산심의에 집중되는 시기임을 감안할 때 빨라야 올해 12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입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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