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이주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2월 27일,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보호실 6층에서 투신한 코스쿤 살렘씨 사망 사건 이후 50여일만에 또다시 이주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단속직원 10여명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위치한 한 공장에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들이닥쳤다.

공장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이주노동자 9명이 일하고 있었고 단속직원들은 이들 중 7명을 그 자리에서 연행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누르 푸아드(인도네시아인, 남 30세)씨는 단속반원들의 눈을 피해 옆건물로 도주하다 2층에서 추락해 인근 다니엘 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푸아드씨에 대해 CT촬영을 한 병원측은 뚜렷한 부상 정도를 발견하지 못 해,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재이송했고 푸아드씨는 이 곳에서 다음 날인 18일 새벽 6시, 끝내 사망했다.

현재 푸아드씨의 유가족인 동생과 여자친구는 빈소가 마련된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서 "푸아드씨의 사망원인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 직원들의 과잉단속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푸아드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가족에 부검을 요구했으나 유가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빈소를 찾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유가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사태의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유가족과 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더불어 향후 강력한 문제 제기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현재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월 27일에도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수원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수감되어있던 코스쿤 살렘(터키인, 남 27세)씨가 6층 보호실에서 투신해 숨지는 등 최근들어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사망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 역시 출입국관리소측의 과잉단속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푸아드씨는 지난 2001년, 한국에 입국한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해 단속을 피해 살아오다 결국 이같은 참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