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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2세들 3천억 주가조작' 본격수사?

검찰, 이후락 막내아들 구속영장. 재벌2세 7명중 3명 검찰수사망에 걸려

검찰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막내 아들 이동욱씨(46)에게 거액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씨는 다른 재벌2세 6명과 함께 1999년말 신세기통신 주가조작에 참여, 3천억원대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세기통신 주가조작 의혹과 무관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해당기업들은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검찰, 2년여만에 이동욱에 사전구속영작 발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는 17일 이후락 전 중정부장의 막내 아들 동욱(44)씨가 자신이 인수한 회사 공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잡고 지난 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이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나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신세기통신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욱씨. ⓒ뷰스앤뉴스


이씨는 박정희 정권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이후락 중정부장의 4남1녀 중 막내 아들로, 부친과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두터운 친분을 이유로 최 회장의 사위가 됐고, 그후 재벌 2세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씨는 2002년말 코스닥 등록업체 성진산업을 인수한 뒤 1년여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수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04년 회사로부터 고소당했고, 검찰의 이번 체포영장 발부도 이 고소에 따른 것이다.

식탁용품 제조가공업체인 성진산업은 누적된 회계상의 부실로 인해 회계법인이 2004년 8월 반기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거절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에 성진산업 조지호 대표이사는 같은 해 9월 수억원의 회사 어음을 임의로 발행해 유통시킨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이동욱 당시 부회장을 경찰에 고소하는 동시에 이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비상근 부회장인 이동욱씨는 전 대표이사인 이영근씨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고, 2004년 3월말 조지호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에도 회사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유로 회사 어음을 임의로 발행해 유통시켰다. 이씨가 유통시킨 어음은 총 3매로 2억원짜리 약속어음 1매는 은행에 의해 지급정지 처리가 된 상태며 나머지 백지약속어음 2매의 행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서울대를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 등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26살이던 1987년부터 투자자문회사인 L&K투자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2세들과 2000년에 벤처기업 만들기도

이씨는 성진산업 인수에 앞서 '묻지마 투자'가 절정기였던 2000년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혁 전 현대석유화학 사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회장 등과 함께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업체 씨씨케이벤을 설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씨씨케이밴의 주요 지분관계는 SK텔레콤(16%)·애경유지(4%)·정몽혁 전 현대석유화학 사장(2%)·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6%)·파라다이스(5.6%)·코오롱상사(4.5%) 등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 또한 코스닥거품이 꺼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씨는 그후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관계를 청산했다.

서울지검, 정몽규-이동욱 모두 수사 맡아

검찰측은 이동욱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밝히면서 “이씨의 횡령 혐의는 정몽규 회장 등 재벌 2세들이 신세기통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수십억~수백억 원씩 차익을 얻은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성진산업 고소건에 대한 수사일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과거 2년전 사건에 대해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만 보기에는 여러 정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우선 검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주체가 서울지검이라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과 진승현 간에 오간 비자금을 수사 중이다. 특수2부는 최근 브릿지 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1999년말 진승현의 도움으로 정몽규 회장 등 재벌2세들이 신세기통신 주가조작을 통해 3천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에 대해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수2부측은 "압수수색을 통해 정몽규 회장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부정액수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정몽규 회장에 대한 강력한 사법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주체는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로 특수2부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서울지검 내에서 동일사안의 연루혐의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구체적 증거'에 기초해 3천억 주가조작 의혹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의혹만 갖고 수사를 전면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신세기통신 3천억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은 알려진 7명의 재벌2세들 가운데 3명이 각기 다른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걸린 상태다. 검찰 의지에 따라선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것도 단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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