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7일 항소심에서 "내 책임 소재에서 다 법절차대로 못해 부끄럽다"며 "현재 회사에 어려운 일이 많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정 회장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내 책임 소재 안에서 법적 절차를 다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달 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김동진 부회장은 징역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으며 변호인 측은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정 회장의 변호인측은 "당시 경영현실상 비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무전문가가 아닌 정 회장 등은 비자금 조성에 큰 틀에만 관여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피고인 진술에서 “부외자금을 조성한 점 등 잘못한 것에 대해 인정한다”며 “지난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회사에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피고인 진술에 나선 김 부회장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재판과정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징역 6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그룹 회장으로서 다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함부로 사용했는데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은 범행 동기 및 중대성 등에 비춰 형이 가볍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과정에 정 회장이 약속했던 1조원 기부 약속의 이행 여부를 물었고, 변호인단은 이에 다음 재판때 구두 또는 서면으로 답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 회장측은 지난해 사태후 잇따른 주가하락으로 1조원 기부의 즉각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차 공판은 오는 4월 17일 오후 2시 403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