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말했던 "국민이 경악할 만한 한나라당 유력인사의 비리"가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병석 서울테니스협회장의 주선으로 여성 등과 별장파티를 즐겼다는 의혹으로 밝혀졌다.

우리당 "이명박 시장, 선병석 주선으로 별장파티에서 즐겨"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테니스의혹 진상조사단의 안민석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03년 10월 이명박 시장이 경기도 가평군 설왕면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선병석 회장의 주선으로 여자대학 성악과 강사 등 일부 여성 등과 별장파티에 참가하여 여흥을 즐겼다"고 발표했다.

안 의원은 “지난 6일 선 전 회장을 직접 만나 5시간 동안 대화를 하면서 선전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당시 이시장의 별장파티를 주선했다는 증언을 받아내 현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의원은 “이 시장과 선전회장의 특수한 관계에 관심있지 파티에서 누가 참석했고 어떻게 시간 보냈는지 큰 관심이 없다”면서도 “이시장이 장소 제공을 한 것같고 선전회장이 그곳에 소프트웨어 밴드기기와 여성을 동원한 것이라면 특수관계가 아니냐.그런 측면에서 특수한 관계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의원은 "이로써 이시장이 지난달 20일 황제테니스 해명에서 선전회장과는 테니스를 같이 친 적이 있을 뿐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한다,그 사람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고 밝힌 것은 거짓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별장은 이명박 서울시장외에 이시장의 처남과 현대 계열사 사장출신 6명 등 7명의 소유로 돼 있는 별장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김대업 사건의 재판"

이에 대해 업무관계로 오후 1시 30분경 시청사무실에 잠시 들른 이명박 시장은 열린우리당 안민석의원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받고 발끈했다

이 시장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공당인 집권여당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라거 반문하며 "김대업 사건의 망령이 되살아 날까 두렵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을 또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열린우리당의 발표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시 정태근 정무부시장은 이날 "허위사실을 갖고 경악할 만한 비리 운운하며 야당을 협박하고 1천만 서울시민의 행정을 총괄하는 이 시장의 정상적인 업무추진을 방해하는 정치행위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진 열린우리당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써먹어 효과를 본 바 있는 김대업의 병풍공작, 설훈의 기양건설 공작과 같은 허위사실 공세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건"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 부시장은 이어 "2년 전에 동호인들의 수련회에 참석한 일을 갖고 당 차원의 논의를 통해, 원내대표와 대변인의 예고 브리핑이 있은 후 안민석 의원의 발표가 있었다"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우상호 대변인, 안민석 의원을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중 한사람인 이명박 시장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며, 법적 책임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폭로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보이지 않는 손은 매우 높은 곳일 수도 있고 매우 높은 사람을 만들 세력일 수도 있고, 아마도 정보와 사정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협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민노 "보수양당, 주민소환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를 앞둔 보수양당은 이제 죽기살기식의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오늘 여당의 발표내용이 사실이면 한나라당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여당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정책선거에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판에 여당이 나서 폭로정치를 일삼는 것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보수양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당 내부에 대한 과감한 개혁작업과 함께 정당개혁과 주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이명박 생애 최대의 정치위기

열린우리당 폭로의 진위는 아직 확인할 길 없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선병석 서울테니스협회장을 5시간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현장조사까지 마쳤다고 발표한 사실을 보면, 우리당이 상당한 수준의 증거를 확보한 뒤 폭로전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런 증언은 녹음해 두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별장파티에 참석했다는 30대 여강사 등 젊은 여성들의 신원 및 증언을 확보해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생명은 치명적 타격을 받고, 최근 공천비리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에게도 또다른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주장대로람변 이시장과 별장파티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선병석 회장이 왜 열린우리당에 이처럼 이시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느냐는 대목을 놓고 열린우리당측에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한다. 모종의 회의 또는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요컨대 이번 폭로 파문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적 폭로전이 전개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앞으로 임시국회 파행은 물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 극한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