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2명 시국선언 "백남기 농민 부검 절대 안돼"
백도라지 "어떻게 일년 가까이 괴롭히나", 야3당 '특검' 추진키로
시민사회·종교계·법조계·노동·정치 등 각계각층 인사들은 이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3천542명이 대거 참여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다. 그러나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라며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울분을 통했다.
이들은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사인의 은폐 왜곡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검 결사저지를 선언했다.
고인의 둘째딸인 백민주화씨도 소복 차림으로 집회에 나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다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라며 “도대체 살인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진상규명을 한다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절규했다.
그는 "순수한 국민을 어떻게 일 년 가까이 괴롭히나"라면서 "빈소는 슬픔보다 긴장감의 연속이다.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이 경찰 손에 부검되는 것을 절대로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울분의 눈물을 흘렸다.
임옥상 화백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때 고인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 등을 그린 작품을 백민주화씨에게 전하며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 최고의 선인 물을 가지고 대포를 만들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너무나 치가 떨리는 일”이라고 말했고, 백씨는 임 화백의 그림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더불어민주당 백남기농민대책TF 위원장인 정재호 의원은 “저는 작금의 현실이 30년 전의 그 때를 데자뷰하는 듯 하다. 온갖 무능과 온갖 폭력, 부도덕함을 폭력으로 막으려고 했던 그 시절, 지금이 바로 그 시절이 아니고 어떤 시절이겠나”라며 지금을 제2 군사독재정권 시대로 규정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백남기 선생에 대한 공권력 살인행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맡겨둘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특감을 채택하기 위해 오늘 특검법 발의를 하기로 했다”라며 “더민주, 국민의당도 백 선생에 대한 진실규명 위한 특검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며 특검 추진을 선언했다.
시국선언에 참석자들은 ‘우리가 백남기다-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손피켓을 들고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해 경찰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경찰은 차량을 이용해 "구호 제창을 중지하라"고 경고하자, 일부 시민은 경찰에게 “공무집행도 융통성 있게 하라”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이 차려진 서울대병원에서는 시민들이 전날 밤 발부된 법원의 부검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운집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는 1일 오후 4시 대학로에서 대규모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규탄 시국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작년 11월 14일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일흔 살 백남기 농민께서 317일간의 투병 끝에 안타깝게도 지난 9월 25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입니다. 백남기 농민께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습니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사인의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직업과 나이, 성별, 처지가 다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 참담한 죽음 앞에, 우리는 고인의 명복만을 빌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정부에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 번째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예의를 다해 조의를 표해야 합니다. 300일 넘게 정부의 책임자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모질게 국민을 대하는 것입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에게는 권력과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 말고는 단 한 푼의 양심도 없는 것입니까? 그래도 한 번 더 ‘사람의 모습’,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이로서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두 번째로, 정부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함으로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합니다. 검찰은 오늘까지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에 대해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는 방기한 채, 백남기 농민께서 숨을 거두시자마자 부검부터 하겠다고 나서는 검찰에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이 준 힘으로 국민을 짓밟는 ‘국가폭력’을 중단하고, 특히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쓰인 물대포의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1987년 고 이한열 열사께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것을 계기로 87년 6월 18일을 ‘최루탄 추방의 날’로 지정하였고 여러 해 후에 결국 최루탄은 이 땅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최루탄처럼 매우 위험한 경찰장비라는 것이 증명된 물대포 사용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등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을 실시하지 말 것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유럽노총, 국제노총, 국제인권연맹 등도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도 우리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도 당부 드립니다.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다 함께 빌어주시고, 잘못한 이들이 사죄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요구
하나.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를 해야합니다.
하나.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합니다.
하나.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하나. 국가폭력을 종식시키고 물대포 완전히 추방해야 합니다.
2016년 9월 29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 참여자 일동
(총 35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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