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파란을 일으켰던 정영진 부장판사가 21일 재차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과다 수임료 및 조폭 변론을 비판하며 재차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영진 판사 "이용훈, 변호사 시절 조폭 변호도..."

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 부장판사는 전날에 이어 21일 법원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20일 게재했던 글은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문제 제기였다"며 "인사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데도 대법원에서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대법원 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글을 반박하는 글을 올린 문형배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 불신이 해소되도록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법원 당국자가 ‘내가 부장판사로서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저급한 정치인들이나 하는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 대법원장을 겨냥 “변호사 시절 조직폭력배를 변호했고, 전관예우를 이용해 진로의 법정관리를 맡았다는 의혹도 있다”면서 “자꾸 상대방에게 근거를 대라고 할 게 아니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열과 성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본지는 지난 1월6일자 기사를 통해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이던 2004년 국내 3대 조폭 조직중 하나인 '전주 월드컵파' 보스의 변론을 맡아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사실을 단독보도한 바 있다. '전주 월드컵파'는 1987년 민주당 창당작업을 폭력으로 방해한 '용팔이사건'을 주도하는 등 그동안 숱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범죄조직이다.

정 부장판사는 바로 이 대목을 지목해 이 대법원장의 '자격 미달'을 지적하고 나선 것.

"의견서 한장 써주고 5천만원 받다니..."

정 부장판사는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임료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장이 2000∼05년 470여건을 수임해 60여억원을 벌었는데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란 의혹이 있고 과도한 수임료를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과도한 수임료는 경우에 따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관예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적정한 수임료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의견서 한 장 써주고 5천만원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변호사 수임료가 과다했다는 소송이 제기되면 과다 부분은 반환하라는 것이 판례”라고 거듭 이용훈 대법원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가 관행적으로 과다 책정됐다 하더라도 세상이 변한 지금 그 같은 수임료의 적정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장이 금년 신년사에서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놓고 대법원 당국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배석판사에게 일을 많이 시킨다는 소문이 있으니 참고하라’고 한 것은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는 행위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의 계속되는 사퇴 공세로 임기를 4년반이나 남겨놓고 있는 이 대법원장은 사실상의 레임덕 상태에 빠진 형국이어서, 향후 이 대법원장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