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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 경선 방식 놓고 한나라당 자중지란

[5.31 D-50] "무경선" 주장에 상대후보들 "무소속 출마"

5.31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후보군이 속속 확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도 그런 대표적 예다.

열린우리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선 정당지지율과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의 ‘현직프리미엄’의 영향으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당내 일반적인 정서로 작용하고 있어, 출마예상자들이 당내 경선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공정경선’ 한나라당 갈등 증폭

유영 현 구청장과 김도현 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서울시 강서구.

이곳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현재까지 최종 후보자 선출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4개 문제선거구 중 하나로 경선방식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김영권(강서구한의사협회 회장), 이병택(신기남 국회의원실 사무국장), 이창섭(강서구의회 의장) 등 3명의 예비후보가 오는 16일 경선일정을 확정짓고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경우 유력한 두 후보 진영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천방식을 공천심사위에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이미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군소후보들이 가세하면서 공천방식의 결정에 따라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유력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김도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당내 두터운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단수추천이나 당내경선을 주장하는 반면, 민선1, 3기 구청장을 지낸 유영 현 구청장은 여론조사를 통한 전략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김후보의 주장에는 강서갑의 지구당위원장과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16대, 17대 두 번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바 있어, 자신이 유 구청장보다 당내 지지도에서 앞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민선1기와 3기 구청장을 지낸 유영 후보는 당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해 온 만큼 두 번의 구청장 재임으로 쌓아 온 지역기반과 대중적 인지도가 반영될 수 있는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

현재 한나라당 서울시 공천심사위원회에는 이 지역의 전략공천지역 분류를 놓고 논의 중이지만 이 같은 두 유력후보의 입장차이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탈당, 무소속출마 등 공천후유증 예고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이 내려질 경우 다른 후보의 탈당과 무소속출마라는 일련의 ‘공천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정가에서는 모 후보의 경우 공천방식에 따라 무소속 출마와 타당 후보로 재출마하는 카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이 폭넓게 나돌고 있다.

특히 강서구의 경우 서울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공천이 당선으로 직결될 정도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쟁력이 타당 후보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한나라당으로서는 자칫하면 내부 갈등으로 인한 표 분산 효과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한편 두 후보 간의 갈등으로 공천 일정이 늦춰지면서 일찌감치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경선채비를 갖추던 군소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공정한 경선을 보장된다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다’며 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사표를 던진 고재익 강서구 구의원은 “누구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할 정당 경선과정이 기득권세력인 특정후보들의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당의 비민주적인 경선시스템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의원은 “당이 후보들의 공정한 경선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설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열린우리당 '낮은 지지율 회복' 반사이익 기대

반면 열린우리당은 발빠르게 경선일정과 후보를 확정짓고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한나라당 예상후보들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혀왔던 이양호 한길자동차 회장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이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여당소속(강서갑 신기남, 강서을 노현송)이지만 이곳의 바닥민심이 여당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한나라당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선을 거쳐 뚜렷한 차별화가 이뤄질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16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짓고 구체적인 정책선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민주노동당은 3명의 후보를 낸 구의회 선거에서 복수 당선을 노리고 있고 민주당은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김도현 후보는 극심한 기초의원 공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마무리된 기초의원의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들이 김 후보를 향해 '지방선거를 앞둔 자기사람 심기'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

또한 지난 4일에는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김후보가 지난 설에 지인들에게 선물을 돌렸다'는 고발이 접수돼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중에 있다"며 "혐의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후보측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음해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선관위가 조사한 관련자 중 아무도 선물을 받은 사람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혐의자체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렇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뤄지는 마지막 지방선거를 향해 정치권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다.

발산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서모씨(54)는 "요즘 건물에 플래카드가 크게 걸리는 걸 보면서 선거가 시작된 줄은 알았다"면서도 "구청장이나 지방의원들 모두 무슨 이권에 목매달은 사람마냥 지역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싫어 관심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5)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공약이 비중있게 다뤄져 뚜렷한 가치판단을 하게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정책을 알 기회도 적지만 도무지 무슨 차별성이 있는 지 모르겠다"며 "저마다 개발, 경제 얘기를 하는데 자세히 보면 차이가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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