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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 한나라당 현역의원들간 '사생결단'

[5.31 D-50] "강금실 출마는 도리어 우리당에 독"

“말뚝이든 깃발이든 누가 꽂아도 한나라당이면 다 된다”, “제2의 대구-경북지역이다.”

서울 강남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지역은 국회의원-구청장-구의회까지 한나라당이 '삼위일체'로 완벽히 장악한 지역이다. 따라서 강남은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늘 한나라당 내부 예선이 본선보다 더 어렵다는 평을 듣는 지역구다.

이번에도 한나라당 강남구청장 예비경선은 당초 20여명의 후보가 거론될 정도로 치열한 경합이 전개돼 왔다. 특히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이 3선 연임제한으로 물러나 서울시장 후보에 나섬에 따라 강남구청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어서 경쟁을 더욱 치열하다.

여기에 이종구 의원(강남 갑)과 공성진 의원(강남 을) 등 강남을 지역구로 하고있는 현직의원들이 서로 자신이 미는 후보를 강남구청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적극 나서 경쟁은 날로 더해가고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구청장 선거까지 '내 사람 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능력있는 사람중에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추천한 것 뿐"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종구.공성진의원 “내 선배가 더 낫다” 각별한 선배사랑 과시

이유야 어찌됐든, 이종구 의원은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맹정주 후보를 밀고있다. 맹 후보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를 거쳐 경제기획원, 조달청 차장,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정통 금융엘리트 관료출신이다. 이 의원측은 “이제는 우리도 강남지역에 강남 인재다운 엘리트를 모셔야 하지 않겠냐”며 맹후보를 적극 밀고 있다.

반면 강남 (을)에 지역구를 둔 공성진 의원은 현 필립정보통신 회장을 맡고있는 이정기 후보를 밀고있다. 이 후보는 재선을 노리고있는 이정문 용인시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서울시지부 부위원장,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건설분과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당내에서는 상당한 조직표를 보유하고 있다.

공 의원측은 “비록 학연이나 지연관계는 없지만 공 의원이 사실상 선배로 모시는 분이 이 후보”라며 두 사람간의 끈끈한 정을 강조했다.

이들 두 강남 현직의원들이 자신이 천거한 후보를 구청장으로 밀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종구 의원 후원회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남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다가 중도 탈락한 또다른 예비후보자 진영이 “이 의원이 맹 후보를 밀기 위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투서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투서에는 이 의원이 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강남구 지역의 통.반장은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명단, 당원명부 등을 보유하고 홍보물을 배포하려 계획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의원측은 “사전 수색영장없이 경찰이 국회의원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냐”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도 일제히 나서서 여당을 비난했고 여당은 "불법사전선거운동을 정치적 탄압이라고 곡해한다"며 양당 지도부간의 맞비난전으로 정치쟁점화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여당과 싸우다 집안싸움으로 변질

그러나 이종구 의원 사무실 수색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트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맹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정기 후보 쪽에서 문제를 삼고 나온 것이다. 이 후보측은 “불법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있는 후보가 어떻게 한나라당의 구청장 후보로 나올 수 있냐”며 한나라당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특히 이 후보측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맹 후보와 이 후보 간의 '경선 실시'를 결정했음에도 “계속 문제가 드러나면 이의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에서는 강금실 출마가 ‘독’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은 당연히 열린우리당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들에게 더없는 호재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홍영선 강남구 의원과 이판국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겸임교수의 2파전으로 당내 경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강금실 효과다. 여당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로 서울을 비롯해 지방선거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은 다르다. 강금실 효과가 오히려 독이다. 보수, 부유층 유권자가 밀집한 강남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여론에 각인돼있는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를 달가워할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판단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강남지역에서 강금실 후보에 대해 더블 포인트로 앞선다는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박 모(여.28)씨는 “정치에 대해서 별 관심은 없지만 어릴적부터 권문용 전 구청장이 늘 구청장이었듯 이번에도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남 압구정동에 사는 윤 모(남.49)씨는 “왜 저렇게 한나라당이 난리법석인줄 아냐”면서 “강남은 한번 구청장 되면 법으로 금지할 때까지(3선연임금지) 그대로 내리 할 수 있어서 그런거다. 한번 이기면 끝인 지역이 강남”이라고 한나라당 내부의 과잉 경쟁의 원인까지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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