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공조 붕괴...'스위스 쇼크'로 금융시장 요동
공조 붕괴로 국제금융시장 대혼란, 코스피 1,800대로 폭삭
스위스중앙은행은 15일 밤(현지시간) 3년 4개월전 유럽 재정위기때인 2011년 9월에 스위스 프랑화의 유로화 대비 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도입했던 상한선제도(1유로당 스위스프랑 환율을 1.20로 제한)를 폐지한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ECB는 이같은 결정을 하기 전에 유럽중앙은행이나 미연준, IMF 등과 전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당국은 그동안 상한선제도에 따라 스위스 프랑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를 계속 사들여왔으나, 그 결과 외화보유액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천문학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전면적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로화가 추가 하락할 게 확실시되자, 스위스중앙은행은 더이상 스위스프랑화 강세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하고 환율 개입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인 셈.
스위스중앙은행은 상한선 폐지에 따른 스위스프랑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로 0.50%포인트(50bp) 내리는 극약처방까지 동시에 내놓았지만,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장중 한때 41%나 폭등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선진국 화폐가치가 하룻새 이처럼 폭등한 것은 대공황때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반면에 유로화 가치는 그동안 유로화를 사들여온 큰손인 스위스중앙은행이 더이상 유로화를 사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폭락세를 보였고, 반대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엔화 등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스위스중앙은행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유지돼온 '선진국 공조체제'가 붕괴되면서 각자 약진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전자산 선호도를 크게 높여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외국인 대량매도로 26.01포인트(1.36%) 폭락한 1,888.13에 거래를 마치며, 1,9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외국인은 3천8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1천186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만 2천86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주가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 강세의 여파로 장중 한때 10원이상 급락했다가 전날보다 6.0원 내린 1,07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스위스 쇼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적 위기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온 선진국 공조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향후 세계경제가 더욱 예측불허의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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