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 세월호 유족 "교황님께 십자가 봉헌하겠다"
"의원들, 힘없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동참해 주시길"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념미사가 예정된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목표로 약 800km, 40일 간의 도보순례에 나선 이들은 17일까지 열흘간 하루 평균 9시간씩 뙤약볕 아래를 걸었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생겼지만 반창고를 붙이고 걷고 또 걷고 있다.
이들은 순례를 시작하면서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학일씨는 전북 익산에 도착한 17일 오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도보순례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승현이 아버님께서 제안하실 때 문득 그 생각이 들었어요. ‘웅기한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이 최고겠다’고 받아들여지더라고요"라며 "제가 열심히 하는 신앙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해서 흔쾌히 허락을 했고, 같이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금씩 걷다보니까 신부님들의 말씀을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신부님들이 십자가의 무게를 자꾸만 덜어 주시는 것 같아요. 가톨릭학회에서 프랑스 신부님께서 98년도에 오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신부님께서 강론 말씀 중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랑하는 하느님. 하느님께서 책임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조금씩 내용을 알게 되더라고요. 많은 것은 알지 못했지만 일부분은 알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도보순례 동참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맨 처음 단원고에서 출발할 때, 제가 와동성당에 다니는데 그 성당 학생들이 같이 하고싶다고 해서 제가 마음만 받은 적이 있습니다. 걷다보면 학생들은 위험이 따르잖아요"라며 "그래서 맨 처음에는 셋이서 출발했었는데 일반인분들이 너무 많이 참여해주셨어요.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하루에 20~30분, 그리고 신부님들이 항상 계시고요. 수녀님들도 계시고, 학사님 계시고. 그런 분들이 항상 같이 해주십니다"라고 전했다.
진행자가 이에 "아직은 우리사회가 따뜻하다는 느낌도 드시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 많이 느낍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하루 일과에 대해선 "아침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에 출발합니다. 일단 아침을 한번 먹어봤는데 배가 부르니까 걷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11시까지 걷고 아침 겸 점심을 먹습니다. 그래서 보통 3시정도까지 휴식을 취하고, 3시 반에서 4시정도에 다시 출발합니다. 보통 6~7시, 그날 체력이 되면 조금 더 걷고요, 안되면 그 전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1박2일 도보행진을 벌인 데 대해선 "저희가 맨 처음 단원고에서 출발할 때 학생들에게 생존자인 너희들이 바라는 것들좀 리본에 써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것을 십자가에 달고 출발했다"며 "그 내용을 보니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서 도보순례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그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주셔서 무사히 갔다는 소식을 동참하신 기자분의 설명을 통해 듣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기특해 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수사권 부여 반대로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선 "순례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냥 힘으로 밀어붙여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조금 바뀐 게 그냥 기도를 하면서 호응을 많이 받지 않습니까. 불교신자, 기독교신자, 가톨릭 신자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그 기도의 힘이 정말 미칠 것이라 생각하고, 국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정말 고통 받고 힘없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동참해주고, 그 피눈물을 닦아주고, 그런 마음이 생겼으면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다음달 중순 방한하는 프리치스코 교황을 미사때 만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저희가 그렇게까지 일이 커질 거라고 생각 안하고 팽목항에 갔다가 교황님 오실 때 미사에 참석하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걸으면서 자꾸만 기대가 커지더라고요"라면서 "교황님을 만나 뵙고 우리 십자가를 교황님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자가에는 승현이 아버님과 저가 이야기 한 것과 304명의 혼이 담겨있고 고통이 담겨 있고, 우리의 전 국민의 바람이 담겨있는데 십자가를 선물로 드리면 교황님은 거절을 안 하시고 받으실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지금 매고 순례중인 십자가를 교황에 봉헌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금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닷새째 단식농성중이다. 생존학생들은 1박2일로 도보행진을 벌였다. 또 두 아버지는 지금 전국 국토를 도보순례중이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은 국회를 통과 못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아버지로부터 '304명의 혼'이 담긴 십자가를 봉헌받을 때, 세계는 다시 한번 어이 없는 한국의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