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5일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을 한 강금실 전 장관을 100분 토론에 오는 6일 출연시키기로 한 것과 관련, 야당들은 일제히 "강금실 띄우기 공작이 시작됐다"며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MBC, "강금실 '100분 토론'에 출연" 발표
MBC는 5일 오전 "강금실 전 장관이 6일 밤 12시15분부터 방송되는 '100분 토론'에 나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배경과 향후 포부를 밝히고 서울시 발전을 위해 추진할 핵심공약과 시정철학에 대해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인다"고 밝혔다.
손석희씨 사회로 6일 오후 8시부터 녹화로 진행될 이날 토론에는 강 전 장관과 함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숙이 <시사저널> 기자,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100분 토론'의 손관승 CP는 "강금실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한 만큼 뉴스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토론에 초청한 것"이라며 "향후 한나라당 등 야당도 후보가 구체화되면 협의를 통해 후보자 출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의 강금실 전 법무장관 '100분 토론' 초청을 놓고 야당들이 강력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강금실은 입당도 하지 않은 한 시민일 뿐"
이같은 MBC 발표가 있자, 야당들이 일제히 MBC를 성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강금실 씨는 아직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 것도 아니고 아직 입당도 하지 않은 한 시민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공영방송이 뉴스가치를 이유로 강씨를 출연시키는 것은 특정후보 띄우기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한나라당에도 맹형규, 홍준표, 박진 후보 등이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에도 박주선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에도 김종철 후보가 있다"며 "그런데도 MBC가 강금실 씨만을 위한 단독방송을 계획한 것은 불공정, 불공평한 것이며 선거방송심의에 규정된 대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날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회에 100분 토론에 강금실 씨가 출연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 아닌지 질의할 것"이라며 "MBC는 심의결과의 발표 때까지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노 "MBC 이따위로 하니 편파방송 소리 듣는다"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 역시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아직 열린우리당에 입당도 하지 않았고 공식 후보로 접수조차 하지 않은 강금실 씨가 단독으로 100분토론에 출연하는 것은 불공정 선거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강금실 씨가 단독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생각을 이야기할 시간을 100분동안 갖는 것은 MBC의 일방적인 강금실 띄우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불공선선거이고 편파방송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MBC가 이런 식으로 하니까 편파방송을 한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변인은 "강금실 씨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며 "그간 석달 넘에 출마와 불출마 사이를 오고가면서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면서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왔던 강금실 씨가 출마 공식 선언 전에 MBC 출연을 수락한 것은 잘못되고 문제있는 자세"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지난 황우석 파문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MBC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해 애썼지만 이번 편파방송 문제에서는 가장 강하게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MBC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노당은 이런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MBC가 방송을 강행할 경우 6일 노회찬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인사들이 최문순 MBC사장을 공식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이밖에 민주당의 이상열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당에도 서울시장 후보가 많은데 MBC가 유독 오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강금실 씨를 대상으로 토론회를 갖겠다는 의도가 뭔지 의구심을 갖기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불공정, 편파방송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돼야 하고 MBC는 강씨만을 대상으로 내일 저녁 100분 토론을 기획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당 "관심 갖는 건 고맙지만 도 넘는 비판 삼가야"
이 같은 야당의 반응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관심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도를 넘는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 MBC와 강금실 전장관을 감싸고 나섰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방송은 독립성과 공영성을 잘 지키고 있는데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오히려 독립성, 공영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때가 되면 야당 후보도 초청하겠다고 했는데 '편파방송'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31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가 민감한 시점에 MBC가 강금실 전장관을 '100분 토론'에 초청한 대목은 설령 '시청률'을 의식한 행위였다 할지라도, 관치방송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방송사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