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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盧 반격 받자 "비가 그쳐야 할 텐데...."

28일 저녁 비대위모임 갖고 대응책 협의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및 조기 하야 가능성 언급에 대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극도로 말조심을 했다.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의 '당적 포기' 발언을 접한 것은 28일 오전 10시 30분경.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소속 정책연구원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놓고 정책간담회를 하던 중이었다.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비서진으로부터 노 대통령의 발언이 실린 기사 스크랩을 건네 받은 김 의장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 별다른 내색없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질의를 했다.

김 의장의 입은 정책간담회가 끝난 뒤에서도 열리지 않았다. 기자들이 오찬을 위해 이동하는 김 의장의 말을 듣기 위해 몸으로 가로막으며 질문을 퍼부어도 "어, 힘으로 밀면 안됩니다", "시장할 텐데 수고가 많다", "넘어집니다. 조심하십시오", "비가 그쳐야 할텐데" 등 선문답만 할 뿐이었다.

김 의장 측근은 이와 관련, "2~3일 정도 지난 뒤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노 대통령이 왜 곧바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당내 정풍운동이 불었을 때도 서로 막후 논의를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고 노대통령 대응에 불만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당적 포기' 발언과 관련해 "이 참에 기정사실화 하자"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의장 측근도 "의원들 사이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대통령 발언을) 충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 것이 온 것인데 너무 빨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당정협의라는 형식적 틀을 대신할 틀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추후 국정혼란을 우려하기도 했다.

중진의원의 측근은 "솔직한 심정은 이 참에 갈라섰으면 좋겠다"면서도 "당 지지율이 10%도 안될 정도로 최악이지만 그렇다고 집권여당이란 책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으로 갑갑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한 비대위 위원은 "개인적으로 대통령과의 관계를 비대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비대위에서도 자연스럽게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청와대가 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볼 것인가. 추인기구로 정도로 볼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은 28일 저녁 6시 30분 모처에서 김한길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비대위 위원들과 현안관련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갖는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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