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기 아직 시작도 안했다. 지금 위기는 준비운동"
자밀 바즈 CIO, <FT>에 기고문
맨 그룹 산하 GLG 파트너스의 자밀 바즈 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의 채무 위기는 단지 준비 운동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12일 자 기명 기고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다음은 기고를 간추린 것이다.
『2007년 위기 시작 후 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채무 위기는 해소되기는커녕 악화했다.
사람들은 그간 채무 청산이 이뤄졌기 때문에 채무율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통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주요 11개국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7년 6월 평균 381%이던 것이 417%로 오히려 증가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분석 대상인 캐나다, 독일, 그리스,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및 미국의 채무율(공공과 민간 합산)은 각각으로도 지난 2007년보다 모두 상승했다.
미국은 이 기간에 채무율이 332%에서 340%로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에는 메디케어나 사회보장비용은 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채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 뻔하다.
이처럼 과중한 채무 부담 속에 구제라는 숙제까지 겹쳐 있음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의 5개 상황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차입 청산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세계 경제 위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앞으로 올 더 심각한 위기에 대비해 준비 운동을 했을 뿐이다.
지금은 남유럽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도 채무 위기에서 절대로 벗어나 있지 않다.
둘째는 세계 경제가 이전과 같은 성장을 회복하기까지 최소한 15년이 소요될 것이란 점이다.
그렇게 되려면 주요국의 채무율이 최소한 150%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정치-사회적으로 휘청거릴 만큼 허리띠를 조이지 않는 한 한해에 채무율을 10%포인트 이상 떨어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셋째는 채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시작하면 그로 말미암은 경제적 충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승수 효과'를 생각해보자.
이 논리의 핵심은 재정 지출을 1달러 줄이면 GDP에서 2달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율을 10%포인트 낮추면 GDP 성장이 20%포인트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금은 승수 효과의 충격이 더 심각해 2008년 이전 상황보다 4배가량일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네 번째는 부실 자산의 충격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기업의 차입 수준 변화가 수익성과 깊게 연계돼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차입률이 낮아지면 수익성도 떨어지기 십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만능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에는 정책 당국이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수단들이 존재했다.
금리 인하나 환율 조정이 가능했다. 수출 촉진도 방편이었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은 승수 효과 충격이 만만치 않음이 현실이다.
이제는 심지어 인플레 카드조차 먹히지 않는다.
인플레 가중은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채무 상환 부담 가중을 의미한다.
경기 회복에 저해됨도 물론이다.
지금의 위기 타개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희망은 없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 지도부의 문제는 '방안의 코끼리' 존재를 인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동안처럼 '정치적 속임수'를 되풀이하는 대신 솔직히 차입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절망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 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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