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지금까지 북한을 40여차례 다녀온 조지아대 박한식(67) 교수는 23일 "북한이 안보가 보장될 경우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가 다 달려들어도 북한은 꿈쩍 안할 것”

지난 18∼21일 다시 평양을 방문했던 박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열린 민주평통 자문위원 대상의 특별강연에서 핵프로그램 기술이 이미 개발됐고, 동북아의 연쇄 핵무장 우려와 함께 비핵화를 선언한 김일성의 유훈을 북한이 중시한다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이 안보가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박 교수는 "북한에서는 '핵시설과 핵폭탄까지 다 포기해도 과학자는 있으며 원료는 있으니 그쪽 사람들 타산으로는 (핵포기를 한다해도) 대가가 결정적인 게 아니다'라고 여기고 있다“며, 이와 함께 북의 핵실험으로 일본과 대만 등에서 핵경쟁이 일어나며 이럴 경우 소량의 북한 핵무기는 우위를 상실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지금이 포기하기 적당하다는 점을 자신의 분석 이유로 들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김일성 수령이 ‘조선반도에는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북한에서는 유훈정치가 철저하다"며 "평양에서 이렇게 분석하면 (북한 사람들로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를 안들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채택에 대해 "미국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유엔 결의안은 효과적으로 되도 좋지않고 안돼도 좋지않은 없었으면 좋았을 완전한 실패작"이라며 "결의안이 효과적으로 수행된다면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예컨대 북한 선박이 일본 경비정에 잡혀 강제 수색 받는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한다면 물리적 마찰이 일어나고 잘못하면 규모가 큰 전쟁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유엔 결의안이 효과적이지 않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는 “틀림없이 지역에 핵군비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며 유엔 제재 결의안이 나온 것은 서방사회가 김정일이 미쳤다는 허상, 북한 체제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허상, 한 목소리로 압력을 가하면 효과가 있다는 허상 등 북한에 대해 잘못된 '3가지 허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은 아주 유능한 정치가"

박 교수는 “김정일은 아주 유능한 정치가이며 이미 군 안의 분열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 붕괴 가능성도 없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가 다 달려들어도 북한은 꿈쩍 안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이해해야 할 3가지 실상은 진한 민족의식, 국가는 가정의 연장선상 사회체계, 선군사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해 상황이 어렵게 됐지만 안보리 결의가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며 "북한이 하와이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인데 북한이 원하는 안보.군사.경제적인 것들을 다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아대 세계문제연구소(Globis) 소장인 박 교수는 지금까지 40여차례 방북한 재미학자로 지난 2003년에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을 초청, '북핵위기에 대한 미국-조선포럼'을 개최하는 등 북한문제에 정통한 미국내 한국출신 학자로 꼽힌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 북한과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트랙Ⅱ(민간외교) 대화'를 개최하는 등 북.미 간 가교역할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