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포' 부활, 국채금리 7.22%까지 폭등
부동산거품 파열 가속화에 은행 부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7.22%까지 폭등했다. 이는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다.
국제금융계에서 국채 금리가 7%를 넘었다는 것은 전면전 구제금융 신청 위기에 직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살인적 고금리를 지불하면서는 국가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새로운 외자 조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구제금융을 신청한 PIGS의 세 나라도 모두 7%를 넘은 직후 백기항복을 해야 했다. 2010년 그리스는 국채금리가 연 7%를 넘은 지 17일 만에, 아일랜드는 22일 만에, 포르투갈도 91일 만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처럼 스페인 국채금리가 폭등한 것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부동산거품 파열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4월 스페인 전체 대출 가운데 부실여신 비율이 8.72%까지 상승해 지난 1994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현재 스페인 은행권 감사를 진행중인 세계적 컨설팅사인 롤랜드 버거와 올리버 와이먼이 주 후반에 내놓을 보고서에서 은행권에 필요한 충당금 규모를 1천500억유로로 산정했다는 보도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달 스페인 정부는 은행권에 840억유로의 충당금만 쌓으면 된다고 주장했었다. 한달새 은행 건전화에 필요한 자금이 두배나 불어난 셈이다.
이는 유럽이 스페인에 지원키로 한 1천억유로 갖고선 은행 부실화도 치유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페인 부동산값이 지난 4년간 빠진 것보다 더 빠져야 비로소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이 흔들리자 이탈리아도 함께 흔들려 이탈리아의 만기 10년 국채금리도 급등하며 다시 6%대에 진입했다.
또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96%나 하락했고, 밀라노 FTSE Mib 지수도 2.85%나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도 하락해, 유로·달러 환율은 0.5% 하락한 1.257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페인 공포가 재연되자 아시아 주가 폭등 소식에 상승세로 출발했던 유럽과 미국 증시도 혼조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25.35포인트(0.20%) 떨어진 12,741.8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에 S&P 500 지수는 1.94포인트(0.14%) 오른 1,344.78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22.53포인트(0.78%) 상승한 2,895.33에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대비 0.22% 오른 5,491.09로 거래를 마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0.30% 오른 6,248.2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69% 하락한 3,066.19로 마감했다.
뉴욕 노무라증권의 FX전략책임자인 젠 노드빅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국채금리가 지난해 11월 수준보다 급등하는가 하면 단기채 금리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럽은 그리스의 유로 이탈보다도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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