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도 수개월내에 구제금융 가능성"
오스트리아 재무장관 발언에 이탈리아 주가 폭락-금리 폭등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펙터 재무장관은 이날 자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수개월내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탈리아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적자와 채무는 경제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물론 탈출할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가 이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있는 것을 생각하면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이탈리아가 경제를 확실히 하고있어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탈리아가 구제를 필요하게 되면 그 규모는 유럽연합(EU)의 안전망으로는 담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경제 규모 4위의 스페인에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마당에 3위의 이탈리아까지 손을 벌리고 나서면 유럽연합은 더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어져 유럽도 통제불능의 동반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
이탈리아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공개리에 제기되면서 이탈리아 주가는 폭락하고 국채금리는 폭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영했다.
이탈리아 FTSEMIB지수는 이날 전일보다 374.71포인트(-2.79%) 폭락한 13,070.75로 11일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딧의 주가는 8.81%나 폭락하며 최근 5개월 사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국채금리도 다시 급등, 10년물 국채가 전일보다 26bp 오른 6.0432%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스페인보다 심각하다. 현재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2조유로(2천923조원)로 GDP 대비 부채비율은 120.1%에 달해 그리스, 일본에 이어 선진국 중 세 번째로 높다. 베를루스코니 정권 16년동안 방만한 국정운영을 해온 결과다.
하지만 금융·실물경제는 스페인보다 양호하다. 우선 이탈리아에는 스페인과 달리 부동산거품이 거의 없어 은행들의 건전성이 양호하다. 베를루스코니가 국정을 엉망으로 이끌었으나 철저하게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은행 총재가 건실한 통화정책을 펴온 결과다. 또한 이탈리아 북부의 제조업 기지도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 독일 못지않게 튼실하다. 이탈리아는 이미 GDP 대비 3%내로 재정적자를 줄였으며,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10.4%(4월)로 스페인의 24%의 절반도 안된다.
이렇듯 이탈리아 경제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문제는 '심리'다. 시장에서 "컵에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고 긍정평가하면 위기로 발전하지 않겠지만, "컵에 물이 반밖에 안남았다"는 쪽으로 공포가 확산되면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우려되는 것은 유럽 정세가 점점 예측불허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급진진보연합(시리자)은 11일 유럽의 스페인 구제금융과 관련, "그동안 우리의 주장이 정당했음이 입증됐다"며 유럽연합에 대해 스페인과 동일한 수준의 긴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페인과의 차별대우에 분개하는 그리스 국민을 의식해 우파세력들까지 재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리스뿐이 아니다. 이미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희망하고 나섰고 중부·동부 유럽 곳곳에서도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자칫 위기가 유럽의 약한 고리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킬라 효과'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유일한 해결사는 독일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 급속 약화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지방선거 등에서 속속 패배하고 있는 데다가 내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독일국민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인 지원을 왜 독일이 전담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의 붕괴'가 가뜩이나 취약한 유럽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간단치 않은 상황 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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