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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연합전선' 꿈틀, '反이명박 전선'될 수도

김근태 "손학규의 '여야정 협의체' 환영", 천정배도 "찬성"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제안한 부동산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정(與野政) 공동협의체' 제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주말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도 수용의사를 밝혀, 분양원가 공개 등 혁신적 부동산해법에 찬성하는 일부 여야 대선주자간 회동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의 '3대 대선이슈'중 하나인 '집값'을 놓고 여야 대선주자간에 '부동산 연합전선'이 본격 작동하는 양상이다.

김근태, "손학규 제안 대환영"

김 의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부동산 투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잡아야 한다"며 "손학규 전 지사의 주장처럼 부동산 투기 문제는 여야를 뛰어넘는 국가적, 범국민적 사인으로 손 전 지사의 '여-야-정 공동협의체' 구성을 환영한다"고 적극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명박-박근혜 등 한나라당의 다른 대권주자 및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 적극 동참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어 "우리당의 몇몇 의원과 경실련 주장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통탄 지역 분양가가 1조2천억원 부풀려졌다고 하는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천인공로할 일"이라며 "화성시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법당국의 조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해야 한다"고 '화성동탄 건설비리 의혹'을 맹질타했다. 그는 또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조폭이 날뛰고 투기와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탁상공론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없고 비웃음만 받을 뿐"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한 강도를 정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한 축구모임에서 같이 공을 찬 뒤 파안대소하고 있는 김근태-손학규. 현재는 여야로 소속을 달리하고 있으나 과연 민주화운동을 같이 하는 등 두사람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김근태-천정배, '부동산 연합전선' 구축 가속화

김근태 의장의 '손학규 제안' 수용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손 전 지사는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5일 "임시적이거나 정파적인 정책이 아닌 초당적 근본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여야정 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손 전지사는 이어 19일 지사직 사퇴후 최초로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분명한 부동산정책 입장을 밝힐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같은 손 전 지사 제안에 대해 적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쪽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보다는 열린우리당 대선주자군이다. 천정배 의원이 지난 17일 가장 먼저 환영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김근태 의장도 20일 환영 입장을 밝힌 것. 정동영 전 의장 등 다른 후보군도 동참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동참의사를 밝힌 손학규-김근태-정동영 3자의 부동산정책 공통점은 '공공택지 위에 짓는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다. 이는 앞으로 지어질 모든 '신도시'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다른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원가 공개 압력이 가해질 게 분명하며, 이들이 굳이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신도시 분양원가와 이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분양가가 비교되면서 사실상의 분양원가 공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자간 차이점도 노정되고 있다. 김근태-천정배 의원은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의 아파트에 대해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분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분양원가 공개로 저렴히 공급되는 아파트를 현행 방식대로 민간분양할 경우 분양을 받는 당첨자들에게 폭리가 돌아가게 되는 만큼, 민간에게 분양은 하되 민간간 거래를 금지하고 되팔 때는 정부기관인 '주택청'(가칭)에 팔아 이를 다른 실수요자에게 저가로 공급하는 '환매조건부분양'이 가장 확실한 부동산가격 하락 및 거품빼기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손학규 전지사는 아직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손 전지사가 '여-야-정 회동'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안을 '토론자료'로 국한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자간 가장 큰 차이는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문제다. 손 전지사는 '1가구2주택자 이상'에겐 현행대로 중과세하되, 1가구1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양도세를 반감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근태-천정배 진영은 "양도세 인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면죄부라는 여론의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 전지사측은 그러나 "그러면 집값이 폭락해 당초 샀을 때보다 손해를 봤을 때 정부가 손실차액을 보전해줘야 하냐"며, 거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값 인하를 위해서라도 실수요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손학규-김근태-천정배 3자간에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근본적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3자회동시 단일한 부동산대책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깊어가는 이명박-박근혜의 고민

문제는 현재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박근혜의 참가여부. 두 대권주자는 아직 자신의 분명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막연한 내용의 '한나라 당론'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부동산정책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 및 손학규 등 당내로부터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까지 '한나라 당론'에만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선에 불참할 경우 자칫 '반이명박 전선'에 포위당할 위기를 맞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근혜 캠프의 경우 이에 현재 공공택지내에 지어지는 국민주택에만 적용하는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캠프는 상당히 고민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시장은 서울시장 재임기간인 2003년 12월 서울 상암지구 7단지 아파트 고분양 논란이 일자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뒤, 건교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인 2월 분양원가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이 시장은 상암동 아파트에서 도시개발공사(현 SH공사의 전신)가 39.2%의 폭리를 취한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이 폭리를 가난한 서울시민 자녀들의 장학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런 전력의 소유자인만큼 이명박 캠프가 끝까지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할 명분은 없으나, 최근 경실련 등의 공세가 이 전시장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부동산값을 폭등시킬 또하나의 개발공약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손학규 전지사도 '여-야-정 회동'을 통해 대선주자들이 부동산거품을 부추킬 대선공약을 자제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어 '여-야-정 회동'에 무조건 참가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시장이 불참하고 다른 대선주자들만 참가할 경우 부동산전선은 자칫 '반(反)이명박 전선'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어, 이 전시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태견,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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