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일보>, '오세훈 구하기' 배수진
"이러다 정권 넘어간다", 전 지면 동원해 오세훈 총력지원
<조선일보>도 오세훈 시장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기로 '배수진'을 치고 나선 모양새다.
우선 <조선일보> 1면에 전날 기자회견장에서 주민투표 부결시 시장직을 내놓겠다며 두 눈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오 시장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이어 1면 톱기사 제목은 <"투표율 3~7%P 오를 수 있을 것" 여론조사기관 분석>이었다. 기사 제목만 보면 한나라 지지세력이 투표장에 집결만 하면 투표율 33.3%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양 보였다.
4면 톱 제목은 <한나라 "지면 총선·대선도 악몽"...민주 "서울시장 뺏어올 기회">였다. 두번째 기사 제목은 <민주당 벌써 박원순·박영선 등 시장후보로 거론>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본다면 위기감이 들만한 신문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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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자 <조선일보> 사설은 더 노골적으로 "오 시장이 사퇴하면 오는 10월 재·보선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전국 유권자의 4분의 1가량이 몰려 있고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지인 서울의 시장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기세를 좌우하게 되는 만큼 여야가 총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며 "또 내년 총선, 대선에서 여야는 복지의 큰 틀을 어떻게 짤 것이냐는 핵심 쟁점을 놓고 씨름을 벌이게 돼 있고,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누가 그 샅바를 유리하게 쥐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결론적으로 "24일 주민투표는 야권이 투표 참여를 거부하면서 개표 후 어느 방안 지지가 많으냐가 아니라, 투표율이 투표함을 열 수 있는 33.3%에 미치느냐 못 미치느냐 결정으로 바뀌어버렸다"며 "얼마나 많은 서울 시민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무상급식의 전면 또는 단계적 실시 여부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이 남은 3년 임기를 채우느냐 아니면 서울시장을 새로 뽑느냐가 결정된다. 더 나아가 여야 어느 쪽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냐까지 판가름나게 됐다"며 투표율 33.3% 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압권은 김대중 고문의 <'나쁜 정책'은 있을지언정 '나쁜 투표'는 없다>는 칼럼이었다.
김 고문은 이날자 칼럼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시장직(職)을 건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며 "먼저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는 공직자로서 당연한 것이고 정치인으로서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오 시장은 애당초부터 '대선 불출마'보다 시장직을 걸었어야 했다"며 "오 시장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면 친박(親朴)계가 도와줄 것으로 판단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와 '박근혜 대세론'에 기대고 있는 소장파는 도와주기는커녕 이들이 과연 같은 정당 소속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오 시장을 길길이 씹었다"며 친박과 소장파를 싸잡아 원색비난했다.
그는 나쁜 투표 거부운동을 펴고 있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나쁜 투표'란 없다. '나쁜 정책' '나쁜 법안'은 있을지언정 '나쁜 투표'는 있을 수 없다"며 "투표행위가 나쁘다는 것은 반(反)민주주의적이다. 투표행위로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이고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이들의 무상급식 문제에 서울시민이 얼마나, 또 어느 비율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지 알고 싶다"며 "찬성을 해도 분명히 해서 이 문제의 종결자로 자처할 것이냐, 아니면 반대를 해도 분명히 해서 현시대 현시점의 시민 의식을 역사에 기록으로 남길 것이냐―그것이 서울시민의 권리이고 의무"라며 주민투표 참여가 서울시민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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