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페리 "부시 말로만 대북정책" 비난

"부시에겐 6개국 이끌 전략도, 지도력도 부재"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론을 주장했던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이 이번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6년 동안 말로만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초래했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페리 전 장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부재 비판

페리 전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올린 기고문 ‘대북정책을 찾아(In search of a North Korea Policy)'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대북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부시행정부에는 대북정책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carnegie.org


그는 “부시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정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깔보는 발언을 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또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행동 범위를 제약하지 않았다”고 부시의 이중적 대북정책을 질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제약은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 생산을 막는 것”이라며 “지난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게 '연료봉 재처리는 넘어서는 안 될 선(red line)을 넘는 것'이라며 군사력 사용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북한이 반응을 보이고 대화에 응했으며 북미간 제네바 합의(the Agreed Framework)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네바 합의가 북한의 핵 욕망을 중단시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상당한 기간 연장할 수 있었으며 8년 넘게 핵연료들이 국제 감시아래 저장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시정부, 2002년 제네바 합의 준수 안 한 것은 어리석은 짓”

페리 전 장관은 반면에 “부시행정부는 지난 2002년 북한의 비밀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했다”면서도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어리석게도 제네바 합의 준수를 중단했고 이에 북한도 국제 원자력 감시단을 추방하고 핵 재처리 의지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부시행정부는 북한 행동을 개탄하면서도 레드라인을 경고하지 않았고 북한은 플루토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부시행정부의 '선언'에 그치는 대북 경고도 문제 삼았다.

그는 “부시행정부가 올해 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지난 7월 4일 수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며 “이후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역시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북한은 일주일 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부시정부의 말뿐인 대북 경고를 비판했다.

“백악관 대북정책 의견 양분된 듯”

페리 전장관은 “부시행정부 내부에서도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양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부시행정부가 지난 2003년 중국이 주도한 북핵 6자회담에 협상대표를 보냈지만 명쾌한 전략도, 다른 참가국들을 이끌 지도력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그 사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력은 강화됐다”며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중국과 한국 정부의 협조 없이도 경제적 압력이 성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재차 부시의 아마추어적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반면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마비 상태를 감지하고 핵 프로그램이라는 강력하고 위험한 전략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 고통만 가중”, “한국과 중국 협조 안 해 실패”

페리 전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무엇이겠냐”고 자문하고 “매력적인 대안은 유엔이 북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금수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이미 상당히 고립돼 있으며 북한은 고립을 강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해 스스로 대북제재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논리적인 수단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미 말은 우리를 벋어났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는 오직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과 북한 정부의 전폭적인 동참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한국과 중국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무기 제3자 판매 차단해야“

페리 전장관은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재촉하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도 미국을 공격하는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오히려 핵무기나 플루토늄을 테러집단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시대통령이 이미 북한에게 핵무기 제3자 판매를 경고했지만 지난 6년 동안 그 같은 경고가 주목받지 못했으며 북한의 행동은 처벌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북한에 대한 경고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전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테러리스트가 핵무기를 미국의 도시에서 폭파시킨다면 북한이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핵폭탄의 출처를 밝힐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장관은 핵 도미노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이란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메시지를 줬을 것”이라며 “이미 손상이 가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단시일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개발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무기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경고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그 같은 결정을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게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페리 장관은 끝으로 “부시행정부의 태만과 부주의가 북한으로 하여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위협을 초래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손상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신중한 관심은 손상의 정도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시정부에게 적절한 대북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