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울분, "MB가 초를 팍팍 치고 있다"
<분석> '박근혜, 과연 단체기합때 열외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홈페이지 톱에 걸려 있는 한 회원의 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이 2007년때 내건 '충청 과학벨트 공약'에 대해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파기, 충청권이 발칵 뒤집히자 한 탄식이다. 실제로 5~6일 충청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충청인의 78%가 "MB가 충청을 우롱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충청권의 분노는 대단하다.
친박계는 지금 침묵중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이 대통령의 방송좌담회 직후 그러하다. 친박진영은 이 대통령이 방송좌담회에서 그동안 숨겨온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MB 좌담회의 양대 골자는 '연내 개헌' 촉구와 '충청 과학벨트 공약 파기'"라며 "이 두개의 공통점은 '박근혜에겐 정권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과 관련해 한걸음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움직여왔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와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라고 물타기를 해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1일 분명히 '연내 개헌'을 촉구했다. 개헌에 부정적인 상당수 친이계에게 "나를 따를 거냐, 아니냐",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다. '현실권력'과 '미래권력' 중 양자택일을 하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충청 과학벨트 공약'을 거침없이 파기했다. 이와 동시에 친이계 일각에서는 과학벨트를 충청과 TK(대구경북)가 쪼개 갖는 절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이 또한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양대기반인 충청과 TK 간에 싸움을 붙여 박 전 대표의 표를 갉아먹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이러기에 친박이 이 대통령의 방송좌담회를 "박근혜에겐 정권을 물려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앞의 친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먼저 싸움을 걸어온 만큼 이제 전쟁은 불가피해졌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전쟁은 8~10일 예정된 개헌 의총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아니,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 의총을 앞두고 6일 소집한 친이계 '함께 내일로' 모임에서 "친이계가 뭉치면 반드시 개헌은 이루어진다"며 "대통령 생각에는 '이거 여당이 맞나' 생각했을 거다. 다섯 번이나 개헌하자고 했는데 그걸 집권당이 거부하고 말이야..."라며 노골적으로 친이계의 적극 동참을 압박했다. 그는 사석에선 "개헌론이 좌초되면 이 대통령도 (레임덕에 들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이계는 MB와 '공동운명체'이니, 싫든 좋든 MB의 개헌 특명에 따르라는 압박이다.
친박계 분위기는 "싸움을 걸어온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쪽이다. 개헌싸움은 백전백승을 자신하고 있다. '쪽수'에서부터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게 친박 판단이다. 개헌은 지금 거의 '왕따' 수준이다. 이재오 장관이 소집한 친이 '함께 내일로' 6일 모임만 해도 71명 회원중 겨우 35명만 참석했다.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은 대부분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게 친박측 판단이다. 또한 야당도 전원 반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헌에 호의적이던 자유선진당마저 MB의 '충청 과학벨트 공약 파기'후 친이계와의 개헌 공조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여론은 개헌의 '개'자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직전에 방송좌담회를 통해 개헌을 공론화, 설 밥상에 개헌을 올리려던 이 대통령 의도는 처절하게 실패한 양상이다.
친박은 이처럼 개헌싸움 승리는 절대 확신하고 있다. 단 한가지 고민은 개헌싸움후 'MB와의 관계 설정'이다. 그동안 친박 다수의견은 "MB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에게는 차기대통령을 만들 힘은 없지만, 재를 뿌릴 힘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극소수만이 "박근혜가 MB와 차별성을 갖지 않으면 대선은 필패"라고 경고했지만, 다수는 "모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해왔다. 실제로 이같은 다수 의견이 득세하면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년간 4대강사업, 물가대란, 구제역 사태 등 일련의 주요사안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양상이다.
'박근혜의 침묵'을 놓고 극소수이기는 하나 친박 일각에서 이런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앞으로 단체기합을 받을 때 과연 열외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물밑 민심은 삼엄하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조차 6일 귀향에서 느낀 설 민심과 관련, "많은 분들이, 특히 서민들께서 물가, 특히 장바구니 물가, 전세대란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셨다"며 "특히 구제역, AI 등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설 명절을 맞게 돼서 더욱더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설 연휴였던 것 같다"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청와대 관계자조차 "MB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선 40~50%인데 체감지지율은 20%"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지금 민심은 삼엄하기 짝이 없다.
이런 민심은 앞으로 4.27재보선은 물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 쓰나미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같이 '단체기합'을 받아야 할 때 과연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가 '열외'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게 친박 일각의 말못할 고민인 것이다. 물론 친박 일각은 "박근혜의 침묵은 MB에 대한 동조가 아닌 거부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너희도 침묵하면서 동참하지 않았냐"고 따지면 딱이 할 말도 없는 게 객관적 현실이다.
그래도 친박 다수는 "그래도 박근혜밖에 없지 않냐"고 말한다. 박 전 대표가 독주하는 차기대선주자 지지율을 놓고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박 다수도 내심으론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박근혜가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는 불가피하지 않겠냐"며 내년총선 참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 대통령 진영이 개헌 전쟁을 걸어왔다. 과학벨트 전쟁도 함께 걸어왔다. 박 전 대표측도 더이상 침묵만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입을 열면 상황은 1년전 '세종시 전쟁'때 이상으로 폭발할 것이다. 당시는 임기 초중반이었고, 지금은 임기 후반이기에 상황은 더욱 폭발적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과정에 한나라당은 필연적으로 계속 'MB당'으로 갈 것이냐, '박근혜당'이 될 것이냐를 강요당할 것이다. 세종시 전쟁때 MB편을 들었던 보수언론들도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 벌써 조중동은 MB의 개헌 드라이브를 공공연히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민심의 향배'다. "앞으로 단체기합을 받을 때 과연 열외가 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가 향후 정국의 최대 바로미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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