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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盧, 레임덕 아니라 국민탄핵 받은 상태”

“노무현세력은 민주화세력 아니다", "재집권은 국민에 거역행위"

한국 진보 사회과학계의 대표적 지성인 최장집(63)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盧, 레임덕 아니라 정치적 탄핵 받았다”

최 교수는 <경향신문>의 28일자 창간 60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레임덕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갈등적인 이슈에 더 이상 손대지 말고 비갈등적인 이슈, 합의가 충분히 되어 있는 일상적인 관리 수준의 것만 다뤄야 하며 그것이 국민의 의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인터뷰는 지난 19일 진행됐다고 <경향>은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 의사에 순응하지 않으면 노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노대통령이 개혁을 한다며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도하면 안 되며, 노대통령이 그럴수록, 그 내용이 좋든 안 좋든 관계없이 국민들은 단지 노대통령이 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하려 들고, 결국 갈등만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을 민주화세력에서 제외시킨 최장집 교수. ⓒ연합뉴스


"노무현 세력은 민주화 세력 아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보수파가 집권했을 때보다 더 과격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정부 정책의 특징을 사회구조를 신자유주의로 바꾸는 ‘보수혁명’으로 규정한 뒤,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지지했던 세력과 노무현 정부를 구별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 집단을 민주세력에서 제외했다.

최 교수는 “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은 기존 여당이 국민들의 기대와 신망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찾으면서 상대적으로 미지의 인물을 선정하는 결과를 낳았다”며“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개혁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비전, 아이디어를 가졌던 리더나 정치세력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개혁적이었는데, 나중에 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당체제의 제도화 수준이 워낙 낮아 예측가능한 대통령이 나오지 못했으며, 그 결과 노 대통령은 앞선 정부보다 더 협애한 지역주의적 비전으로 정치에 접근하면서, 보수적인 야당을 경쟁상대로 하고 상대하기보다는 앞선 정부의 힘들을 약화시키고 제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며 “결국 현 정부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낸 문제가 더 크다”고 비생산적 갈등만 양산한 노 정권을 질타했다.

“현정권 재집권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

최 교수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는 열린우리당 주장과 관련, “보수 재집권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는 게 민주세력의 전략이라면 그것은 공포의 동원이며 이는 민주주의가 망하는 지름길일 것”이라며 “특정 정당이 항상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시 집권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민주화 세력은 다 모이라는 민주세력 대동단결이 핵심 담론이 되었지만 이제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느냐, 민주주의에 찬성하느냐는 정치적인 경쟁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개혁 대연합 같은 민주세력 대동단결론은 민주세력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억압적 담론이자, 노무현 정부를 진보세력과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재차 질타했다.

그는 대신 민주진영에 대해 “민주세력이 어떤 경제, 어떤 사회를 만드느냐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민주주의 내용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하는 게 진정한 개혁”이라고 밝혔다.

"盧, 민주주의 잘못 이해하고 있어"

최 교수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에 대해 “언젠가는 이양받는 게 합리적이지만, 대통령이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국민의 반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를 구시대 보수의 대단결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구식 정치 게임의 룰을 갖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치를 했다”면서 “그러나 노대통령은 정당을 발전시키기보다 해체하는 경로를 택했으며 정당을 소외시키고 정치를 폄훼하는 등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이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노 대통령이 민주주의 원리와 민주정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라며 “민주정부는 정치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 좋은 정당, 정당체제의 발전이 필수적이지만 노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중심제도인 정당을 소외시키고 정치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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