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강경 일변도인 대북한 정책 등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최근 김대중 전대통령이 전례없이 강도 높은 어조로 잇따라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건 부시의 실수"
카터 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의 래리킹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1년 부시대통령이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것은 실수"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킨다면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과 북한이 다음 차례가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북한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카터센터에서 가진 '2006-2007년 좌담회' 시리즈의 첫 모임에서도 북한, 이란,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부 등을 "근심거리"라고 묘사하면서도 "우리는 이들과 최소한의 대화통로를 갖고 상호간에 수용해 줄 수 있는 점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 북한과 일절 대화를 끊고 있는 부시 정부를 꼬집었다.
부시 미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을 신랄히 비판한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 ⓒ연합뉴스
"이라크에서 미군 1년내 철수해야"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의 중동정책로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중동의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이 지역의 폭력과 테러를 감소시키는 길"이라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주변국들 사이의 평화장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레바논 사태와 관련, "최근 미국이 레바논 사태 휴전문제와 관련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중동지역에서 테러리즘이 다시 일어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도된 부시의 외교정책을 질타했다. 그는 최근 집필을 끝마친 21번째 저서 <팔레스타인, 차별이 아닌 평화>에서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평화정착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반감과 이슬람 지역에 존재하는 테러리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는 특히 "9.11 사태 직후 전세계적 단결이 있었지만 알카에다를 제거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겠다는 이같은 감정은 관타나모 수용소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의 학대 그리고 전세계에 퍼져있는 비밀 감옥들이 들통나면서 물거품이 됐다""며 "이런 점들은 미국의 불명예이며 전세계 거의 모든 인권단체들의 미국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시행정부가 불필요하고 정당성이 결여된 이라크 전에 집중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의 포기해 버렸다"며 "결과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수많은 나라들의 지원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일 년 이내에 이라크에서 철군하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대신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와 함께 이라크 사람들에게 그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정부가 이란과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과거와는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미국이 동의하지 않거나 우리가 정한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화를 단절해 버리고 있다"고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