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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존폐 위기, 불법도청-증권법 위반 등 최악의 범죄

美검찰, 이사 및 출입기자 통화내역 불법도청 및 통화내역 조사

세계적인 정보통신(IT)업체인 휼렛 패커드(HP)가 이사회 기밀정보 유출자를 찾기위해 사설탐정까지 동원해 불법도청 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HP는 불법도청 과정에서 출입기자들의 통화내역까지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데다 이사회에서의 추악한 내부 권력투쟁과 함께 증권거래법 위반 논란까지 벌어지는 등 사상 최대의 위기 속에 논란은 ‘HP게이트’ 파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02년 컴팩과의 합병 파문, 2005년 칼리 피오리나 전 최고경영자(CEO) 축출 파문으로 혼란을 겪었던 HP가 이번에는 불법도청과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됨에 따라 회사의 존폐 기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향후 검찰 조사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EC,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착수

8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검찰당국은 HP가 이사들의 통화 내역을 불법 취득한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토마스 퍼킨스 이사의 이사직 사임과 관련해 HP의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빌 로키어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D 도용과 컴퓨터 기록 불법 접근 등 2건의 법위반이 있었다”며 “그러나 HP나 회사 관계자가 민사 또는 형사소송에 직면하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질문이 '범죄가 저질러졌나?'라면 대답은 '그렇다'이지만 아직 수사가 완료되지 않아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확실치않다"면서 "지금처럼 증거가 계속 나온다면 형사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SEC의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HP는 작년 이사회 회의 내용이 계속해서 언론에 유출되자 외부 업체를 채용해 이사들의 통화 내역을 조사했고, 이사회는 지난 5월18일 이사회 회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조지 키워드 이사에게 이사직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키워드 이사는 자신이 주주들에 의해 선임된 만큼 스스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밝혔고, 또 다른 이사인 톰 퍼킨스는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패트리샤 던의 문제 처리 방식을 놓고 반발해 회사를 떠나면서 회사측이 이사 개인의 통화 내역을 ‘프리텍스팅’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전격 폭로했다.

‘프리텍스팅’이란 고객을 가장해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어 통화 내역을 몰래 빼내는 것으로, 미 의회는 ‘프리텍스팅’ 금지 법안을 승인했고, 미 연방통신위원회(FTC)도 ‘프리텍스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증권거래법 등 법 위반 여부를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HP의 대변인은 이날 기밀유출자 색출을 위해 고용한 사설탐정이 출입기자 9명의 개인 통화내역을 조회한 점을 시인하고 “본인들의 동의 없이 개인 통화내역을 조회한 점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사과하는 중”이라고 사과입장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그는 회사측이 통화 내역에 대한 조사가 위법인지 여부에 대해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으나, HP가 이 과정에서 불법도청 및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회사 내부 및 월가의 비판이 확산되고 검찰 및 금융당국의 조사가 확산될 경우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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