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의 정신적 지주인 나카소네 야스히로(78.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국제정세의 변혁에 대비해 일본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일본의 핵무장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나카소네 발언은 최근 박철언 전 의원의 '핵무장' 발언에 이어 나온 것으로 북한의 핵실험 추진을 기폭제로 동북아에 본격적으로 '핵무장 도미노'가 시작되는 양상이어서, 향후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나카소네 “‘핵문제 검토’ 통해 ‘21세기 국가상’으로 가자”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재단법인 세계평화연구소 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소네 전 총리는 5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세기 일본의 국가상에 관해'라는 제목으로 세계평화연구소의 대정부 제언을 발표하는 과정에 일본의 핵 무장화를 주장했다.
나카소네는 향후 일본이 정비해야 할 안전보장, 위기관리, 사회보장 등 9개항의 제언을 설명하던 중 "국제정세가 크게 변동할 경우를 상정, 핵무기 문제를 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주체적인 방위전략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며 “주변에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있으나 일본은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다. 미-일 안보조약이 깨지는 등 대변동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핵문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선 각 후보가 헌법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상을 논쟁에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핵문제 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비핵 3원칙’의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갖지 않고, 만들지 않으며,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역대 일본 정부가 표명해 온 공식 방침이다.
일본 극우 대변지인 <산케이 신문>의 경우는 "미-일안보조약이 효력을 잃거나, 중국이나 북한의 핵전력의 강화로 미국의 ‘핵 우산’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경우, 핵무장이나 핵무기의 소유포함 등을 금지한 비핵화원칙의 재검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요컨대 미국의 핵 우산이 존재하더라도 일본 독자의 핵 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오른쪽에서 세번째) 전 일본총리가 5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세기 일본의 국가상에 관해'라는 제목으로 세계평화연구소의 대정부 제언을 발표하고 있다. ⓒ 세계평화연구소
나카소네 "독자적 국가정보국 설립해야"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밖에 이날 "국내외의 정보를 일원화해 집중 관리하고 국가정책 책정의 정보자료를 정비하기 위해 총리 직속의 국가정보국을 신설할 것"도 촉구했다. 현재 일본의 미국의 통제로 독자적 국가정보국을 갖고 있지 못하며, 외무성 5국등이 정보 수집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그는 또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군대로 명기하고 적기지 공격을 용인하는 한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 행사의 행태를 '안전보장기본법'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핵무장의 아버지, 나카소네
나카소네의 '핵 무장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는 일본에서 '핵무장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일관되게 일본의 핵무장화를 추진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본군 중위로 참전중 히로시마-나가사키 핵 투하에 항복해야 했던 나카소네는 전후 최연소 중의원에 당선된 이래 1954년 최초로 원자력 예산을 수립하는 등 일본의 핵무장화를 위해 집요한 노력을 펼쳐왔다. 나카소네는 재임기간 중 ‘일본열도 불침항모론’을 내세우며 재무장을 꾀했고, 85년 8월15일 총리로는 처음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핵무장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나, 북한의 핵실험 추진을 계기로 다시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핵 무장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도 독립된 군사강국을 건설하려는 일본 우익의 오랜 염원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아 향후 미국과 중국 등의 대응이 주목된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제 71~73대 내각(82~87년) 등 세 차례의 내각에서 총리를 맡았고, 1947년부터 2003년까지 중의원 의원에 연속 20회 당선되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긍우 정치인으로, 작년 자민당의 신헌법기초위원회 전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은퇴후에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