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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오일머니' 허브,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세계를 움직이는 뉴 월드파워]<1> DIFC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1994년 프랑스의 <리베라시옹>,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일본의 <요미우리> 등 세계 30대 주요신문과 잡지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언론신디케이트 '월드미디어네트워크'는 탈냉전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조직과 인물 127개를 '월드 파워센터'로 선정 발표했다.

미디어, 금융, 첨단산업, 문화, 레저스포츠, 시민파워, 군사, 제3세계, 범죄, 의약 등 10개 분야에 걸쳐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칠 파워집단을 선정한 것으로, 당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국내에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127대 파워>라는 제목으로 이들 파워집단을 분석한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정보고속도로 혁명을 주도한 앨 고어 전 미국부통령, 일본의 개혁가 오마에 겐이치, 미연방통신위원회의 리드 헌터, 미 농구스타 샤킬 오닐, 과테말라의 리고베르타 멘추와 한국의 현대그룹 등 상당수는 월드파워에서 밀려났다. 그 대신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의 급부상과, 9.11테러를 계기로 국제역학관계에 격동이 시작되는 등 권력지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이에 <뷰스앤뉴스>는 12년전 월드미디어네트워크의 작업을 토대로 이 시대의 새로운 월드파워를 추적하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조그마한 지침이라도 됐으면 하는 의미에서다. <편집자주>


<파워 1> 뉴 오일머니의 허브,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노무현 대통령을 경악케 한 '두바이 신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수교후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를 방문한 뒤 '경악'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고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두바이를 방문한 이해찬 총리도 마찬가지 경악성을 냈다. 이번 달 두바이를 찾은 한명숙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1년새 대통령과 두명의 총리가 두바이를 찾을 정도로 두바이는 한국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대통령은 두바이 상공회의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끝없는 사막을 보며 신(神)의 축복이 비켜간 자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서 저의 짐작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신은 이 나라에 석유를 주셨고…”라며 두바이 신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노대통령도 지적했듯 '두바이 신화'의 원동력은 다름아닌 오일머니다. 특히 3차 오일쇼크라 불릴 정도로 지난 수년간 유가가 급등하면서 오일머니는 두바이에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두바이 신화는 단순히 오일머니에 의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번의 '오일머니'는 과거 1, 2차 오일쇼크때 버는대로 흥청망청 쓰던 그 오일머니가 아니다.

지난 5월 두바이를 방문해 두바이 상공회의소에서 만찬을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두바이 신화는 1985년에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제벨알리(Jebel Ali) 자유무역 항구를 개설하고, 그 배후에 자유무역 지대를 설치해 외국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시작했다. 또한 두바이 에미리트 항공사는 현재 57개국에 83개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아시아와 유럽간 공항허브로 발전했다. 두바이를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성공한 지도자들은 2년 전인 2004년 두바이 국제금융센타(DIFC)를 설립하여 주변 산유국의 막대한 오일 달러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업무차 두바이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국제금융전문가 오모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두바이는 앞으로 짧으면 20년, 길면 40년에 석유가 고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그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석유가 없는데도 생존가능할까. 이것이 두바이 등 중동 산유국들의 오랜 고민이었고, 그 결과 두바이가 찾아낸 해법이 두바이를 주변에 넘실대는 신 오일머니의 국제금융센터로 만들어 전세계 알짜기업들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석유가 떨어져도 알짜기업 투자로 살아남자는 것으로, 오일머니가 금융자본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 두바이는 미국, 런던에 이어 세계 제3의 금융센터를 지향하고 있으며 IT 강대국인 한국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 집중 투자하다가 요즘 들어서는 견실한 중소기업들에게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알짜기업들의 주요 주주가 돼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항구적으로 자국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두바이 신화의 본질이다."

그의 전언은 과거 1,2차 오일쇼크때에는 중동으로 빨려들어갔다가 곧바로 '건설 특수' 등의 형태로 다시 환류해 한국 등에 생명선 역할을 하던 오일머니의 흐름이 요즘 와선 왜 그런 순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가라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한 열쇠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해외기업에 투자하는 오일산유국들

지금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는 곳은 두곳이다. 산유국과 동아시아다.

IMF사태후 1998년~2005년 기간 중 7대 석유수출국과 동아시아 3국(한·중·일)에서 발생한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조 4천6백79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7대 석유수출국과 동아시아 3국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각각 8천9백2억 달러, 1조5천7백77억 달러.

특히 2004년부터는 7대 석유수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아시아 3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들 7개국의 2005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천4백14억 달러로, 일본의 1천6백58억 달러, 중국의 1천6백8억 달러를 모두 능가했다.

두바이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7대 석유수출국은 요즘 해외투자에 더없이 적극적이다. 1998~2005년 중 7대 석유수출국에 의해 이루어진 해외투자는 4천5백29억 달러.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의 50.9%에 해당된다.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해외투자의 75.8%인 3천4벡31억 달러를 해외증권에 투자했다. 1,2차 오일쇼크 당시 오일머니의 해외증권투자가 저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라는 금융허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동아시아 3국의 경우 늘어난 외환보유액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공채에 집중 투자됨으로써 미국의 재정적자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는 두바이의 금융운용능력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뉴 오일머니는 단기적 차익에 집착하지 않고 20~40년후 세계 주요기업의 주요주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장래성 있는 세계기업들의 주식을 부지런히 사들이고 중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과거 70~80년대 남미 등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성 투자를 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이들 국가가 20~40년후 석유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생존차원에서 금융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행방불명된 '동북아 금융허브' 꿈

참여정권 초기 우리나라에서도 '금융 허브' 논란이 활발했었다. IMF사태를 계기로 한국금융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일본을 제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크게 제고된 만큼 오일머니에 필적하는 규모의 아시아머니를 운영하는 동북아 금융허브로 한국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후 논의는 흐지부지됐고,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중차대한 교훈을 준다. '국가 생존'이라는 절박성 없이는 금융 허브 같은 엄청난 국가적 대사가 불가능하다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차기정권에서 두바이 국제금융센터에 대한 철저한 벤치마킹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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