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치안의 악화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테러가 급증하며 사실상 내전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미국 국방부의 공식 보고서가 나와, 미국으로부터 파병 재연장 압력을 받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안전도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침공전쟁 사실상 실패 부시행정부에 대한 비판 커져
2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중국 <신화통신> 및 미국 <AP통신>과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일(현지시간) 올해 8월 중순까지의 이라크 정세에 대해 종합한 분기 보고서를 작성해 연방 의회에 제출했다.
이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치안정세의 악화로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시민이 희생이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기에 비해 사상자 수가 51%나 급증했으며, 테러 건수도 15%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63쪽에 달하는 이 분기 보고서는 "이라크에서 매주 7백92건의 테러공격이 발생해 25%나 급증했으며 민간인의 희생은 지난 3개월 동안 1백20건에 달했다"며 "이라크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희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살특공대 공격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바그다드의 이라크주둔 미군들. ⓒAP=연합뉴스
실제로 1일(현지시간) 저녁 바그다드에서 60명이 살해당하는 등 이번 주에만 3백명의 이라크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미군과 이라크 군을 겨냥한 각종 테러가 발생하면서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의 분석결과, 지난 2004년 4월부터 7월까지 매주 4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최근 3개월 동안에는 매주 8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폭력의 수준과 질의 측면에서 사태 악화는 이라크 부흥 등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라크가 내전에 이르게 되는 조건이 존재한다”라고 분석, 사실상 이라크가 내전상황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보고서는 “현재 이라크에서는 곳곳에 내전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엄격하게 국제법적 기준에 따른 내전으로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이같은 각종 폭력과 전투 양상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테러가 급증하고 있는 요인으로 이슬람교 수니파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함께 시아파의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무장조직 알 마흐디군 간 치열한 보복전을 지목하며, 이들이 각종 보복전투 과정에 시민들이 희생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7월 바그다드 시내의 검시관사무소에 운반된 1천8백구의 사체 가운데 90%가 처형으로 보여지는 사인을 나타냈다고 밝혀, 보복전투에 따른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현지 정세를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최근의 상황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테러리스트들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호간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반 이라크인들조차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 민병대나 테러리스트들에게 합류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5주 동안 이라크에 병력을 증원해 파병군대의 규모가 14만명에 이른 가운데 1만5천명을 각종 폭력사태와 전투가 빈발하는 바그다드에 배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해리 리드 의원은 “새로운 국방부의 보고서는 부시행정부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던 이라크 상황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부시행정부와 공화당의 잘못된 이라크 정책은 미국을 이라크에서 발목을 잡혀 수렁에 빠지게 했고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게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