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성진 딜레마', "의원은 성골인가"
<뷰스칼럼> 국민들 눈총 받아온 '2억원 잣대'마저 흔들
검찰이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미 공 의원을 기소하기에 충분한 혐의를 확보했으며, 공 의원이 골프장 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불법정치자금 수뢰 규모도 최소 3억~4억원을 넘는 것으로 '검찰발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로 큰 액수라면 종전 같으면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지금 구속 기소냐, 불구속 기소냐를 놓고 검찰 내부 진통이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인 구속 여부 잣대를 '2억원'으로 정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2억원이 넘으면 구속, 그 아래면 불구속 기소한다는 식이다. 이 잣대에 따라 앞서 공 의원과 동일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비리에 연루돼 1억3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은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불법정치자금 규모가 2억원을 크게 넘은 공 의원에 대해선 검찰이 이례적인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가 안팎에는 그 배경을 놓고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 친이계 주류로 정권출범 과정에 기여도가 높은 그가 강력 반발하면서 이런 석연찮은 풍광이 연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제기다.
실제로 야당들은 출두를 여러 차례 거부해온 공 의원에 대해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고, 지난 23일 공 의원 출두때도 새벽에 그를 불러 사진발 세례 등을 피하게 해준 점 등을 들어 '특별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공 의원이 불구속 기소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한층 증폭될 건 보나마나다. 아울러 그동안 정치인에게 적용돼온 '2억원'이란 잣대 자체가 무력화하면서 아무리 많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더라도 정치인이면 모두 불구속 기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이나 시의원은 '2억원 잣대'에서 열외
그렇지 않아도 현재 공무원 사회 등에선 '2억원'이란 잣대 자체에 대해 불만의 소리가 높다. 또 하나의 '중앙 정치인 특혜'가 아니냐는 불만 토로다.
실제로 공성진 의원이나 현경병 의원과 동일한 골프장게이트에 연루된 행정안전부의 한모 국장은 경기도청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같은 사안으로 1억8천만원을 받은 안성시 시의회 전 의장 김모씨도 구속됐다.
또한 얼마 전, 대법원은 100만원을 받아 파면된 전직 공무원이 징계가 과하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파면은 적법하다"는 확종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니 공무원 사회 등에서 "국회의원은 성골이냐"는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10여년새 '10배 뻥튀기'
90년대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회의원들에게 적용된 검찰의 잣대는 '2천만원'이었다. 때문에 당시 약삭 빠른 의원들은 돈을 받더라도 2천만원 미만으로 받곤 했다.
그러던 것이 잣대가 슬금슬금 높아지더니 언젠가부터는 '2억원'이 됐다. 10여년 사이에 10배나 뛴 셈이다. 이 사이에 국민소득이 2배 정도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뛰어도 너무 뛰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 진입의 최대 장애물로 정치인-공직자 부패를 지적하고 있다.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마찬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는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정치부패가 반비례해 줄어든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권력비리에 대한 '호된 처벌'이 뒷받침됐다. 선진국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정치인 등에 적용되는 잣대는 더 엄격해져 '잣대 액수'가 낮아져 왔던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은 공무원이 업자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았을 때 80달러 이상이면 누구에게 어떻게 접대를 받았는가를 상세히 기록해 제출해야 한다. 정경유착의 대명사로 불리던 일본은 아예 1엔의 접대를 받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정부 출범후 소비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50만원이던 넉넉한 접대비 한도조차 아예 없애 버렸다.
물론 '불구속 기소 확대'는 옳은 방향성이다. 혐의만 갖고 닥치는대로 잡아들이는 건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원칙'이 필요하다. 힘있는 고위층에겐 더 엄격하고, 힘없는 국민에겐 너그러워야 비로소 법이 준엄해진다. 거꾸로 간다면 계속해 "너나 잘하세요" 소리밖에 안들릴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