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도 수년간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헝가리 출신 유태인으로 세계최대 헤지펀드를 이끌고 있는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부시의 대테러 정책은 '자멸적'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시 "테러와의 전쟁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것"
15일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부시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 주 맥클린에 위치한 대테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테러와의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미국인들이 이전보다 안전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테러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발생한 영국의 항공기 테러 음모를 볼 때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부시대통령은 "우리에게 허용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미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장한다"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영국 테러 음모를 적발과 관련 "엄청난 시간과 정력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음모 적발에 기여한 대테러센터의 관계자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소로스 "테러와의 전쟁은 '자멸적 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다" 비난
그러나 소로스 회장은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린 '자멸적 전쟁(A self-defeating war)'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9.11사태이후 계속된 테러와의 전쟁이 이라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그리고 레바논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무고한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제적 분노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부시의 대테러정책을 신랄히 비판하고 있는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회장. ⓒ연합뉴스
소로스는 특히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비생산적이며 역효과만을 내는 잘못된 메타포(은유)이자 자멸적 정책"이라며 "테러와의 전쟁이 오히려 테러지원세력을 결집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양한 성격의 테러단체들을 획일화하는 오류로 인해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은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라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소로스 회장은 특히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무력에 의존하면서 테러 차단에 효율적인 정보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하고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면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 비확산과 인권문제 등과 같은 시급한 국제적 현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폭력이 신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미 국민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잘못된 은유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야만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소로스 회장은 지난달에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안정적이고 정의로운 세계 구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은 비생산적이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이같은 주장이 미국인에게는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 널리 확산돼있는 인식"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해 "미국이 지금 어리석은 내전을 하고 있다"며 지체 없는 이라크 철군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