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남긴 '비밀의 열쇠'
<뷰스칼럼> '포스트 DJ'를 꿈꾸는 야권 지도자들에게
민주, 단기적으로 'DJ 유훈' 도움 받을 듯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은 김 전 대통령 서거를 '천붕(天崩)'으로 규정하며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심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장화법이 다소 섞여 있는 표현이나, 민주당의 솔직한 심경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지침'이고 '방패막이'였다. 그러다가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민주당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단기적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김 전 대통령 서거가 민주당에 힘이 될 것이다. 특히 "행동하는 국민이 되라"며 적극 투표를 독려한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은 향후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등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큰 힘이 될 게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와 함께 '범야권 대동단결' 유훈에 따라 친노신당 창당에도 적잖은 제동이 걸리면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은 '민주 대연합'이라고 밝히며 쐐기를 박고 나섰다.
강력한 차기대권 후보 창출이 관건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민주당 등 야권의 홀로서기 성공 여부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승리,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가 최대 현안이다. 야권은 지난번 대선에서 도토리 키재기 싸움과 후보단일화 실패로, 530만표 차로 대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과거 김대중, 노무현 후보에 필적할만한 후보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특히 여권에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박 전 대표는 비록 최근 미디어법 역풍을 맞아 적잖은 내상을 입었지만 아직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박 전 대표는 30m 앞선 지점에 서서 스타트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미디어법 파동을 통해 박 전 대표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아직 야권에는 그를 추월할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게 객관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친이진영에서 박 전 대표에게 호락호락 차기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향후 적잖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야권 입장에선 '반사이익'만 기댈 처지도 못된다. 특히 지난번 대선 때 대권욕을 드러냈던 야권 후보들 대다수가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야권 일각에서 벌써부터 오는 2012년에 '2007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반사이익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갈증과 고통을 해소하고 새 비전을 제기해줄 새로운 '시대의 거인'이 요구되는 것이다.
패배주의 젖으면 이원집정제 개헌, 선거구제 개편 휘말릴 듯
야권이 차기대권 싸움에서 자신감을 갖지 못할 경우, 향후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과정에 패배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야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야권이 차기총선에는 자신감을 갖되 차기대선엔 자신감을 상실할 경우 개헌 논의 과정에 이원집정부제 유혹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대통령은 못되더라도 권력을 나눠갖자는 식. 그러나 그럴 경우 국민에게 야권의 패배주의가 읽혀지면서 차기대선은 물론, 차기총선에서도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선거구제 개편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 암묵적으로 야권은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기류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국민 심판권'이 심대한 타격을 입고, 선거구가 현재보다 3~6배 넓어지면서 출마후보는 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돈선거' 재연, 소수정당 왕따 우려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선거구제 개편 논란은 당면 민생현안을 뒷전으로 제치고 정파 간 이해다툼 싸움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향후 야권 앞엔 숱한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DJ가 남긴 '비밀의 열쇠'
이처럼 '포스트 DJ' 정국은 야권에게 간단치 않다. 아차 실수하는 순간, 야권은 사분오열 상태에 빠져들기 십상이며 그럴 경우 국민은 또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새 지도자는 이런 '혼돈' 상황에서 출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에 김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 야권의 새 지도자로 떠오를 때의 상황도 야권은 지금 이상으로 극한 패배주의의 늪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새 지도자가 되는 해법은 무엇인가.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에서 "국민이 불쌍해 눈물이 난다"는 처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것이 앞으로 '포스트 DJ' 시대를 책임지겠다는 이들에게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새 지도자가 되는 '비밀의 열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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