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협하는 '슈퍼 스파이크'
“유가 1백달러 시대 앞으로 4-5년 지속될 것”
중동사태 악화 등 지정학적 원인과 영국 석유회사의 알래스카 유전 폐쇄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유가 ‘1백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유가 초강세)’ 시나리오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 한 가지만 폭발해도 곧바로 1백달러 시대”
영국 항공기 테러음모 적발사건 등으로 유가가 다소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국제유가는 지난 9일 영국 브렌트유 현물가가 배럴당 78.7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76.43달러에 거래되는 등 배럴당 8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8일 배럴당 72.16달러로 전날보다 0.65달러 상승하면서 종전 최고가였던 7월14일의 71.96달러를 수직 돌파, 사상 최고가 기록을 수립했다.
한국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온 수출을 담당해야할 산업계로서는 아연실색할 일이고, 국내 연구소에서는 70년대 두차례 오일쇼크를 한국경제를 강타했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세 자리 수 즉 1백달러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적 투자은행과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공식기관을 통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들 전망의 공통점은 수급 등 구조적인 문제나 허리케인과 같은 돌발변수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이스라엘-레바논전 등 중동사태, 이라크 정세불안 심화, 이란 핵개발문제, 나이지리아 폭동사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각종 지정학적 현안들이 악화될 경우 유가가 순식간에 1백달러를 넘어서리라는 것이다. 지난 1974년 1차 석유파동 당시 한달만에 3달러에서 13달러로 3배 급등했던 사례나, 79년 2차 석유파동 당시 5개월 동안 15달러에서 39달러로 2.6배 급등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잇따르는 '슈퍼 스파이크' 경고
‘슈퍼 스파이크’설의 진원지는 작년말과 올해에 걸쳐 거듭 1백달러 전망을 제기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 산하 세계투자연구센터(GIR)는 작년말과 올초 두 차례에 걸쳐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앞으로 4~5년간 유가 초급등 상황을 나타내는 슈퍼 스파이크 단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GIR은 "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앞으로 4~5년간 이어지는 슈퍼 스파이크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슈퍼 스파이크가 진행되면 유가는 1970년대와 같이 배럴당 1백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1백달러를 전망한 또다른 전문가는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함께 콴텀헤지펀드를 설립했던 ‘국제상품시장의 대부’ 짐 로저스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가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정세의 불안 속에 누군가 아주 빠른 시일 안에 얻기 쉬운 무엇(대체상품)인가를 발견하지 않는 한 높은 유가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연내에 유가가 1백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유전은 노화되고, 새 유전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대목을 유가 상승의 근거로 제시했다.
상품 투자로 유명한 바클레이 캐피털의 상품 리서치 최고책임장 폴 호스넬도 "배럴당 1백달러는 웃기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중동 지역의 불안이 심화되면 1백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소재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PK 베를리거의 설립자 겸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K 베를리거 역시 "오로지 미국경기가 크게 둔화될 경우에 한해서만 유가 1백달러 시대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경기가 급랭하지 않는 한 유가 1백달러는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원유 트레이더들은 1백달러 시대 전망에 동의하는 선물상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AX)에 따르면 1백달러에 원유 선물을 살 수 있는 계약은 최근 3개월 동안 3배나 늘어났다.
국내 전문가들도 “1백달러 시대 대비해야”
국내에서도 최근 슈퍼 스파이크에 대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재중 한국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기후적, 수급상 문제들이 결합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소한 2년 이상 이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럴당 80달러나 90달러도 멀리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이며 1백달러도 급속하게 넘어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값이 사상 최고가를 나타내면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유가는 세금과의 연관성 때문에 1백달러 시대로 가더라도 소비자가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아 소비를 급격하게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재 및 석유화학산업과 함께 건설, 자동차 등의 업체는 위기를 맞을 것이고 중소기업의 부도현상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현재 국제원유시장은 안정 요인은 없는 반면 구조적인 수급문제에 지정학적 불안감이 겹치면서 상황이 나쁜 쪽으로만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동사태, 이란핵문제 등 한 가지 현안만 급격하게 악화되더라도 순식간에 배럴당 1백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유가 문제는 사태가 악화할 경우 자동차 덜 타고 전기 덜 쓰기 등 대응책 갖고선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외생변수지만 그래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관계를 연구해 꾸준하게 대비해야할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가공 및 정제능력이 급증한 석유화학업체와 철강, 시멘트 등 각 산업분야마다 나름대로 내성이 생기면서 고유가에 대비한 효율성이 높아져온 데다 우리 경제에서 에너지 소비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비관론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변수 한 가지만 폭발해도 곧바로 1백달러 시대”
영국 항공기 테러음모 적발사건 등으로 유가가 다소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국제유가는 지난 9일 영국 브렌트유 현물가가 배럴당 78.7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76.43달러에 거래되는 등 배럴당 8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8일 배럴당 72.16달러로 전날보다 0.65달러 상승하면서 종전 최고가였던 7월14일의 71.96달러를 수직 돌파, 사상 최고가 기록을 수립했다.
한국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온 수출을 담당해야할 산업계로서는 아연실색할 일이고, 국내 연구소에서는 70년대 두차례 오일쇼크를 한국경제를 강타했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세 자리 수 즉 1백달러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적 투자은행과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공식기관을 통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들 전망의 공통점은 수급 등 구조적인 문제나 허리케인과 같은 돌발변수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이스라엘-레바논전 등 중동사태, 이라크 정세불안 심화, 이란 핵개발문제, 나이지리아 폭동사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각종 지정학적 현안들이 악화될 경우 유가가 순식간에 1백달러를 넘어서리라는 것이다. 지난 1974년 1차 석유파동 당시 한달만에 3달러에서 13달러로 3배 급등했던 사례나, 79년 2차 석유파동 당시 5개월 동안 15달러에서 39달러로 2.6배 급등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잇따르는 '슈퍼 스파이크' 경고
‘슈퍼 스파이크’설의 진원지는 작년말과 올해에 걸쳐 거듭 1백달러 전망을 제기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 산하 세계투자연구센터(GIR)는 작년말과 올초 두 차례에 걸쳐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앞으로 4~5년간 유가 초급등 상황을 나타내는 슈퍼 스파이크 단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GIR은 "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앞으로 4~5년간 이어지는 슈퍼 스파이크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슈퍼 스파이크가 진행되면 유가는 1970년대와 같이 배럴당 1백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1백달러를 전망한 또다른 전문가는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함께 콴텀헤지펀드를 설립했던 ‘국제상품시장의 대부’ 짐 로저스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가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정세의 불안 속에 누군가 아주 빠른 시일 안에 얻기 쉬운 무엇(대체상품)인가를 발견하지 않는 한 높은 유가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연내에 유가가 1백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유전은 노화되고, 새 유전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대목을 유가 상승의 근거로 제시했다.
상품 투자로 유명한 바클레이 캐피털의 상품 리서치 최고책임장 폴 호스넬도 "배럴당 1백달러는 웃기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중동 지역의 불안이 심화되면 1백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소재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PK 베를리거의 설립자 겸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K 베를리거 역시 "오로지 미국경기가 크게 둔화될 경우에 한해서만 유가 1백달러 시대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경기가 급랭하지 않는 한 유가 1백달러는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원유 트레이더들은 1백달러 시대 전망에 동의하는 선물상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AX)에 따르면 1백달러에 원유 선물을 살 수 있는 계약은 최근 3개월 동안 3배나 늘어났다.
국내 전문가들도 “1백달러 시대 대비해야”
국내에서도 최근 슈퍼 스파이크에 대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재중 한국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기후적, 수급상 문제들이 결합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소한 2년 이상 이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럴당 80달러나 90달러도 멀리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이며 1백달러도 급속하게 넘어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값이 사상 최고가를 나타내면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유가는 세금과의 연관성 때문에 1백달러 시대로 가더라도 소비자가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아 소비를 급격하게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재 및 석유화학산업과 함께 건설, 자동차 등의 업체는 위기를 맞을 것이고 중소기업의 부도현상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현재 국제원유시장은 안정 요인은 없는 반면 구조적인 수급문제에 지정학적 불안감이 겹치면서 상황이 나쁜 쪽으로만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동사태, 이란핵문제 등 한 가지 현안만 급격하게 악화되더라도 순식간에 배럴당 1백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유가 문제는 사태가 악화할 경우 자동차 덜 타고 전기 덜 쓰기 등 대응책 갖고선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외생변수지만 그래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관계를 연구해 꾸준하게 대비해야할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가공 및 정제능력이 급증한 석유화학업체와 철강, 시멘트 등 각 산업분야마다 나름대로 내성이 생기면서 고유가에 대비한 효율성이 높아져온 데다 우리 경제에서 에너지 소비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비관론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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