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그들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뷰스칼럼> 미디어법 강제 통과, 끝이 아닌 시작
처음부터 예상된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은 조중동과 대기업의 방송 진입을 반드시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여당은 미디어법을 처음엔 "일자리 창출" 논리로 밀어붙였으나, 논리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이를 곧 "국민의 채널 선택권"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기저에는 MBC 등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뿌리 깊은 적개감이 깔려 있고, 쇠락의 위기에 직면한 조중동에게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국민은 처음부터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정부여당의 온갖 홍보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절대다수 국민이 정부여당의 미디어법에 냉소적인 것이 그 증거다. 정부여당은 "국민이 뭘 몰라서", "MBC-KBS가 워낙 세뇌공세를 집요하게 펴서" 등등의 이유를 대고 있으나, 국민은 언제나 그렇듯 현명하고 날카롭다.
국민 여론을 읽은 박근혜 전 대표의 막판 급제동에 정부여당은 크게 당황했으나 곧 일부 조항을 애매하게 바꾼 뒤 "박 전 대표 뜻을 100% 수용했고 완전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침묵하고 있으나, 완전합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읽히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할만치 했으니 더이상 개의치 않겠다는 식이다.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자유선진당까지 '대만족'을 표시하고 가세하면서 "통과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한나라당 분위기다. 한차례 거센 몸싸움이 예상되나 "언제는 안 그랬냐"며 개의치 않겠다는 기류다. 민주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경고했으나, "사퇴할지도 의문이나, 사퇴해 봤자 사퇴서를 반려하면 얼마 뒤 들어올 것"이란 냉소적 분위기다.
'힘'과 '숫자'를 앞세운 정부여당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샴페인을 터트릴 것이다. 얼마 뒤에는 조중동 방송도 출범할 것이고, 일부 대기업방송도 나올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이긴 것일까. 그런 얘기를 하기란 시기상조다. 간단히 두 가지만 짚어보자.
조중동 방송, 전경련 방송이 뜬다고 치자. 장치산업적 특성이 짙은 방송은 거대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산업이다. 안착하기까지에도 막대한 추가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문제는 광고수입이다. 광고수입이 막대한 자본투입을 상쇄할 정도로 들어와야 생존 가능하다.
"재계가 광고를 몰아주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 그런 식으로 무한정 갈 수는 없다. 신생 방송들의 '시청률'이 뒤따라줄 때만 가능한 얘기다. 시청률이 사활을 결정할 생명선인 것이다.
조중동은 "시청률, 자신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인지도 높은 기존 방송의 스타급 PD와 연예인, 작가 등을 웃돈 주고 스카우트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호언만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지명도 높은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기껏 될 수 있는 건 미국의 극우 3류 <폭스TV> 정도다.
지금 조중동 등에 대한 젊은 층 시각은 조중동 스스로도 인정하듯 대단히 냉소적이다. 방송의 최대수요자인 이들이 과연 조중동 방송을 볼까. 이것이 관건이다. 이들이 외면한다면 조중동 방송은 끝없이 돈만 퍼부어야 할 '밑 빠진 독'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향후 '정치환경'이다. 3년 반 뒤 정권이 바뀐다. 3년 반이란 시간이 워낙 긴 만큼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나, 현재 상황만 갖고 판단한다면 다음 정권은 야권으로 넘어가거나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중동에 네거티브하다는 점이다. 동기는 다르나 네거티브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조중동이 오랜 기간 자초한 인과응보다.
신생 방송은 정치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들이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이들의 눈치는 광고수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호감적 정치환경 속에서 과연 신생 방송이 얼마나 욱일승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론은 간단하다. 방송 진출은 무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신사업은 동일한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특히 방송은 시청자와의 교감이 생명선이다. 보다 엄숙한 표현을 쓴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관건이다. 지금 방송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세력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기에 앞서 냉정히 짚어볼 대목이다. 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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