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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횡행하는 한나라당의 그늘

<기자의 눈> 당내분란, 한나라당 앞길에 암초 가능성

수해골프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에서 한때 '음모론'이 나돌았다. 골프 파문으로 당에서 제명당한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을 치밀한 각본을 짜 옭아 맨 세력이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박근혜 전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게 음모론의 골자였다. 홍문종 징계 수위를 놓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서도 음모론이 제기됐다는 얘기가 그럴싸하게 나돌기도 했다.

당 윤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26일 이와 관련, "음모론이란 것 자체가 윤리위에서 제기된 바 없다"며 "음모론이 성립되려면 상대측에서 부킹, 예약 등을 유도했어야 하는데 이번에 제재를 받은 사람들이 예약 등을 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축했다.

또한 음모론에서 거론되는 인사들 대부분이 음모론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때문에 음모론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유야무야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음모론은 말 그대로 음모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런 음모론이 나도는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다. 각 정파의 상호 불신이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의 '수해 골프' 등이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목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당내 반대세력이 지역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중앙언론사들이 사실상 체크하기 힘든 상대방 약점을 지역언론에 흘린 뒤, 이것을 중앙언론이 받도록 하는 모종의 음모적 언론 플레이가 작동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같은 시각 또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의혹 제기이기는 하나, 음모론이 횡행하는 것은 벌써부터 한나라당내 대선후보 진영간에 '아방타방' 식의 편가르기가 일반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당내 대선후보가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며, 생산적인 것이기도 하다. 보다 경쟁력 있고 유능한 인물을 추려내는 과정은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돼, 국민과 당원이 객관적 잣대에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음모론은 분명 퇴행적이다.

음모론의 횡행은 차기 대선을 1년 6개월 여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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