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바벨탑들'...그리고 한국
<뷰스칼럼> 절대위기속 지도층 도덕성은 행방불명
무너지는 바벨탑들
지난해말 아이슬란드가 쓰러졌을 때 한 외국언론은 "헤지펀드가 만든 신기루가 무너졌다"고 표현했었다. 꼭 맞는 비유였다. 핫머니가 밀물처럼 몰려들면서 만들었던 신기루가 핫머니의 썰물 이탈로 한 순간에 붕괴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최근엔 중동의 신화였던 두바이가 국가파산 위기에 몰리고, 아일랜드도 붕괴 직전이다. 모두가 한때 "이들을 보고 배우자"던 글로벌 신화들이었고 바벨탑들이었다.
동유럽, 중부유럽 할 것 없이 붕괴직전이다. 자그마한 신흥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가 디폴트설에 휘말렸으며 헝가리도 난리다. 한곳이 쓰러지면 줄줄이 쓰러질 분위기로 사상 최악의 집단 디폴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유럽도 오십보백보로 세계 2위의 금융대국 영국이 크게 휘청대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17일 TV에 나와 "서유럽이 가장 걱정이다. 그중에서도 영국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하자, 피터 만델슨 영국 산업장관이 흥분해 "내가 왜 그런 녀석이 내 나라를 비난하는 것을 들어야 하느냐"고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영국상황은 간단치 않다. 여기에다가 동부-중부 유럽이 붕괴하면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꿔준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도 동반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씨티 등 대형 상업은행들이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의 '좀비은행'이 됐으니 국유화밖에 없다는 주장에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해온 골수 공화당과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의장까지 동의하고 나설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 미국이 크게 흔들리니, 미국의 뒷뜰 중남미도 휘청대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금융위기 발발 당시만 해도 상대적으로 아시아는 안전지대인양 보였다. 아시아는 제조업이 튼실한 '세계의 생산기지'였기 때문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경제수장이 "벌에 쏘이는 정도일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시아도 쑥대밭이 됐다. 미국 등 세계소비가 급감하면서 아시아의 '과잉공급'이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했다. 수출이 반토막나면서 큰 공장들이 앞다퉈 가동을 멈추고 작은 공장들은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아직 대공황은 아니나...
대다수 세계 경제석학들은 "아직 대공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때보단 긴밀한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어 국제금융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공황은 아니나 대공황의 경계선에 서있는 상태"라고 반박한다. 각국이 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낮추고 돈을 부지런히 풀고 있으나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더이상 쓸 수 있는 총알이 모두 소진돼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지면 그게 바로 대공황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금은 30년대보다 세계경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엉켜있어 대공황 위험성이 더욱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십수년간 가공스런 속도로 진행된 '세계화'가 대공황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경제도 양은냄비 꼴이다. 자그마한 낭보에도 부글부글 끓다가 악재 하나만 불거져도 금방 냄비에 서리가 서린다. 유동성은 철철 넘쳐나니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부동산도 기웃거리고 증시도 기웃거린다. 한탕심리만 만연하다. 냉탕온탕도 이런 냉탕온탕이 따로 없다. 반면에 지갑이 텅텅 빈 다수는 벼랑끝에 몰려 벼랑 아래서 철렁대는 시커먼 바닷물을 내려다보고 있고 실제로 하나둘씩 툭툭 몸을 던지고 있다. 분명 대공황 전야다.
바벨탑 붕괴의 원인은...
상황이 이 정도면 초비상 상황이다. 말로만 초비상 운운할 때가 아니다. 국민을 총결집시킬 수 있는 비상한 리더십이 가동돼야 한다. 한국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튼튼한 제조업기반이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도 촘촘히 깔려있다.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는다면 분명 도약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지금 냉소적이다. 왜? 지금 소위 지도층이 하는 짓들이 국민들을 삐딱하게 만들고 있다.
소주 뚜껑에 돈이 숨어있다고 많이 마시라더니, 뒷전으론 다 빼돌리는 대국민사기를 버젖이 친다. 발각이 됐는데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없다. 터널이 무너져 내렸는데도 버젖이 내외빈을 불러 관통식을 한다. 그러고도 거짓말 해명으로 벗어나려 할 뿐이다. 일제고사라고 치르니까 학교와 교육청까지 나서 성적 조작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는 발각되자 "업무상 실수"라고 발뺌한다. 준엄한 문책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 도덕성도 염치도 완전마비된 사회다.
일각에선 도덕성이 밥먹여주냐, 반문한다. 수단방법 안가리고 나부터 살고 봐야하지 않냐는 거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도덕성이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지도층의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도덕성이야말로 사회 총결집을 가능케 하는 접착제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는 모래알더미일뿐이다. 지금 상통하달, 하통상달이 모두 안된다. 위에선 "국민개조" 운운하고, 밑에선 "너나 잘 하세요"다. 완전 딴나라 언어다. 바벨탑 붕괴의 원인이 '소통되지 않는 여러 언어들'이었듯,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위기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가진자들의 '카지노식 한탕주의'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한몫 챙기려는 수탈적 카지노 자본주의가 범세계적 규모의 '슈퍼 버블'을 만들었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지금 가혹한 인과응보의 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세계가 공황적 위기로 요동치는 마당에 '우리만의 해법'은 따로 없다. 하지만 한가지 할 수는 있다. 소통이다. 그것도 그냥 소통이 아니라, 도덕성에 기초한 소통이다. '준법'에 앞서 '준도덕'부터 요구되는 시점이다.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회생 불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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