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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라운드, 미국-EU 대립에 끝내 결렬

EU.인도 등 “미국만이 다른 국가 제시한 유연성을 거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협상을 재개하려는 마지막 시도였던 G6 각료협상이 이견 조정에 실패하면서 도하라운드 협상 전체가 결렬됐다. 이는 '한미FTA 등 양국간 자유무역 협정을 통해 미국익을 극대화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통상전략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라미 WTO 총장 “새 전기 마련까지는 중단 불가피”

25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호주, 인도, 일본 등 협상대표는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농업 및 제조업 부문의 교역촉진 방안을 논의했으나 미국과 EU가 농업보조금 분야에서 이견을 주장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01년 출범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언제 다음 회의가 개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무역협상위원회(TNC) 비공식 회의를 열어 조건이 성숙하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협상을 중단(suspend)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라미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위임을 받아 일요일인 23일 14시간 진행된 G6 각료회의와 24일 재개된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라미 총장은 회의에서 "슬프지만 진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농업 시장접근과 국내보조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입장이 너무 차이가 나서 서로 간극을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이제는 시간이 다 찼으며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와 관련해 우선 DDA 협상 전체를 중단하고 각 회원국들은 협상 과정을 재검토하고 앞으로 가능한 선택방안이 무엇인 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이제 공은 여러분들의 코트로 넘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G6 각료회의에서 EU와 브라질, 인도, 일본, 호주 등 5개국은 농업 시장접근(관세감축)과 비농산물 시장접근(NAMA) 분야에서 신축성을 보일 용의를 표명했으나, 미국이 농업 국내보조 분야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DDA 협상이 중단되게 됐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은 “대화는 끝났다”며 협상이 재개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EU가 양보안을 내놓았고 한 나라를 제외하고 모두 테이블에 무엇인가를 내놓았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EU 측은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협상 실패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제시한 유연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도 “이것은 심각한 퇴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협상의 대표격인 G6이 돌파구 마련에 실패함에 따라 DDA 협상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추가시도가 중단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미 금주 후반께 다시 소집될 예정이었던 6강 협상대표 회담은 취소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마크 바일레 호주 통상장관은 도하라운드 협상 중단으로 WTO 회원국들이 무역문제에 대한 불만을 WTO 분쟁해결 패널에서 해소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G6 각료협상은 이달 중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DDA 협상을 좌초에서 구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열린 것으로, DDA 협상을 회생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간주돼 왔다.

농업 등 모든 협상그룹 작업 전면 중단 최대 위기 직면

이에 따라 농업과 공산품, 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협상그룹의 작업들도 전면 중단되게 됐으며,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G6 각료회의도 무산됐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 농산물 순수입국 그룹(G10) 각료회의도 취소됐다.

이로써 세계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2001년 출범한 DDA 협상이 5년 가까이 표류해온 끝에 극적인 돌파구를 열기 위한 추가 시도가 언제 가능할 지 점치기 어려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이미 당초 일정에서 2년이 늦어진 DDA 협상을 내년 7월 종료되는 미국의 신속처리권 시한에 맞춰 연내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표 역시 좌절된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증폭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같은 도하협상 결렬이 '한미FTA 등 양국간 자유무역 협정을 통해 미국익을 극대화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통상전략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어, 향후 한미FTA 협상과정에 미국 압력이 더욱 심해질 것을로 전망하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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