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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유엔 사무총장', 미국 손에 달렸다

1차 예비투표서 극적으로 1위, 9월 한미정상회담이 관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미국 동부시간)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예비투표(스트로 폴.straw poll)에서 극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익명의 안보리 대사에 따르면 반 장관은 인도 출신의 샤시 티루르 유엔 사무차장을 근소한 차이로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수라키앗 태국 부총리와 자야나타 스리랑카 부통령은 크게 뒤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장관, 인도 샤시 티루르 유엔 사무차장 제치고 1위 차지

25일 <블룸버그 통신>은 유엔의 복수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반 장관이 24일 오후 3시(한국시간 25일 새벽 4시)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서 4명의 출마자들을 상대로 실시된 차기 사무총장 선출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고 득표자와 최저 득표자의 득표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3개월여의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예비투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비투표는 각 후보에 대한 15개 상임이사국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한 모의투표로 출마서를 제출한 반 장관과 태국의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부총리 겸 문화장관, 유엔 사무차장을 지낸 자야나타 다나팔라 스리랑카 대통령 고문,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사무차장을 상대로 실시됐다.

이와 관련, 반 장관이 총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12표 안팎의 표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는 일부 외교관들의 전언도 나오고 있으나, 예비투표 결과는 공식 발표되지 않는 게 관행이어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반 장관을 지지하지 않은 3개국 가운데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일부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이 포함돼 있을 경우 반 장관이 비록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을지라도 3개월후 치러질 실제 투표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예비투표는 상임이사국과 비상임 이사국들이 투표용지를 구분하지 않고 실시하는 투표이기 때문에, 결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후보들에 대한 안보리 내부의 대체적인 기류를 파악해 보기 위한 절차로 여겨지고 있다.

안보리는 이날 예비 투표에 이어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께 2차 예비투표를 실시, 늦어도 10월까지는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그러나 특정 후보에 대한 상임이사국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선출절차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사무총장 예비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그러나 대망의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선 미국의 동의라는 난관을 돌파해야 해 결과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미국의 동의가 필수적. 고촉동 등 출마설도...

특히 외교가에서는 반기문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나, 최근에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러 모로 불편한 한-미관계를 볼 때 과연 미국이 한국을 지지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아 주목된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등의 과정에 코피 아난 현 유엔 사무총장과 여러 차례 격돌한 만큼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친미적 국가의 친미적 인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해, 실제로 코피 아난 총장 전임인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5년간의 재임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에 실패한 적이 있다.

존 볼턴 UN주재 미국 대사는 이와 관련, "다양한 후보들이 입후보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후보들이 출마하거나 기존 후보들이 입후보를 철회할 것 같다"고 말해,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반기문 장관이 반드시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 유엔 주변에서는 싱가포르의 고촉동(吳作棟) 전 총리와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인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등이 전격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폴란드의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 등도 아시아권 후보들간 경합이 치열해지면 가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차 예비투표에서 당초 2위에 머물 것이라던 외교가의 관측을 깨고 1위를 차지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선, 오는 9월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 방식

인기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유엔사무총장 선출은 1차 예비투표, 정식 예비투표, 이어 정식 투표, 최종단계인 유엔총회 확정 등 네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24일 실시된 1차 예비투표는 스트로 폴(모의투표)이다. 투표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등 안보리 15개 국이 참여한다. 안보리 참여국이 아닌 나라들이 유엔사무총장 후보를 내고 안보리 국가가 투표하는 식이다.

1차 예비선거는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한 후보마다 각각 찬성, 반대, 기권 등의 의사표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식 예비투표와는 달리, 1차 예비선거에서는 안보리 국가들이 같은 색깔의 투표용지를 사용한다.

후보별 득표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교경로를 통해 후보의 출신국가에 전해진다. 때문에 1차 예비투표에서 지지도가 아주 낮은 후보는 중도 사퇴할 수 있으며, 그 사이 새 후보가 출마할 수도 있다.

정식 예비투표는 9월말경에 있을 예정이다. 여기서는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의 의사표시가 드러나야하기 때문에 색깔이 다른 투표용지를 쓴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중 한 나라도 반대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포함해 9개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단수 후보가 가려지면 안보리는 거수로 정식 투표를 실시, 후보를 확정하고 유엔 총회에 추천한다. 유엔총회는 통상 박수로 유엔사무총장을 정식 확정한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는 올해말로 끝나며 차기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5년간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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