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盧, '방송-통신 융합' 지시. '공중파 독점' 종언

신규 IP TV 채널 1만2천개 가능, 방송노조 등 거센 저항 예상

노무현 대통령이 공중파 방송의 반대로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끌어온 '방송-통신 융합'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쌍방향 TV 즉 IP 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시대가 개막되면서 '공중파 방송 독점시대'가 막을 내리는 등, 방송 환경에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화가 예상된다.

노대통령 "방송위원만 되면 방송 이기주의 나타나"

노 대통령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3기 방송위원 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한 자리에서 방송산업의 최대 현안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문제에 대해 "사회 현실은 이미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버렸고 소비자도 구분 없이 접속하는데, 국가제도는 2가지로 나뉘어 있는 것이 현실에 안 맞다"며 "신속하게 (논의) 해서 언론의 측면에서도 효율성 있게 가야 하지만 산업의 측면에서도 발전에 지장이 없도록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융합 문제를 '산업 측면'에서 정리하라는 노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사실상 방송-통신 융합을 조속히 허용하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방송위원이 되면 어쩐지 방송 이기주의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해, 전임 2기 방송위원들이 방송-통신 융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노성대 전임 방송위원장도 지난 12일 퇴임사를 통해 "방송-통신 구조개편을 마무리 짓고 떠나지 못해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요즘 방송사 이기주의 또는 직원 이기주의 내지 노동조합 이기주의가 너무 중심이 돼, 정부에 못지않은 사회적 기능을 하는 기관이 그런 경향 보이고, 거기에 대해 마땅한 통제수단이 없다"고 말해, 방송-통신 융합에 결사 반대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을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언론은 제도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에 속하는 권력이어서 함부로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도 없고 시민사회의 통제도 어려운 애매한 권력인데 영향력은 막강하다"면서 "언론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부가 정책을 두 번 세 번 하거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좌절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최근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 보도에 대한 우회적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거버넌스, 즉 분권화돼 있는 자율과 협상이 오늘날 사회 운영의 한 원리로 돼 있어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조직 이기주의가 나타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방송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추천이 어떤 경위를 거쳐서 됐든 주어진 책임을 공정하게 행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서울 목동의 방송회관 앞에서 방송위 노조가 청와대가 임명한 3기 방송위원 가운데 마권수.강동순.전육 등 3명의 위원에 대해 출입을 막고 집회를 벌이자 방송위원들이 출근을 포기하고 돌아서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등을 풀어야 하는 3기 방송위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풍광이다. ⓒ연합뉴스


이론적으로 1만2천개 신규 채널 가능

방송계와 통신계에서는 이날 노대통령 지시를 사실상의 방송-통신 융합 지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은 방송-통신 융합이 미디어산업은 물론, 한국 IT산업의 주요 도약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방송 노조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에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계나 전자업계는 당연히 노대통령 지시를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거대통신사 간부는 "방송-통신 융합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당연히 노대통령 임기초 결단을 내렸어야 할 문제였다"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은 환영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 융합이 허용될 경우 이론상으로 1만2천개의 IP TV 신규 채널이 생겨나는 게 가능하다"며 "이로써 공중파 방송 독점시대는 끝나고 전무후무한 새로운 미디어 백화제방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열리면 디지털 가전기기 등의 새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자업계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방송계 등은 IP TV 시대가 도래할 경우 공중파 방송이 치열한 경쟁 상황에 돌입하면서 '공익성' 상실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방송 노조 등의 거센 저항이 예견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요즘 방송들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공익 보도로 나가자 청와대가 방송-통신 융합 문제로 보복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통신 융합은 IT시대라는 '생산력 발전'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최대한 담보하면서도 다양한 방송 콘텐츠의 생산-유통이 허용되는 쪽으로 방송-통신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0 0

    ㅉㅉ
    https://youtu.be/EX9LcWCE310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