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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악재' 총결집, 유가 천정부지 폭등

시간외거래에서 배럴당 78달러 넘어서며 80달러선 위협

레바논-이스라엘간 중동전쟁 발발 위기,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 인도 뭄바이의 폭탄테러,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의 송유관 파괴 등 각종 지정학적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7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또 시간외거래에서는 배럴당 78달러를 넘어서면서 80달러선도 곧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외적 변수'가 경제를 지배하는 최악의 상황 전개다.

정규장에서 사상 최고치 경신 후 시간외거래서 다시 폭등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 (WTI)는 정규시장 개장 직후 배럴당 76 달러를 돌파한 뒤 76.85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날에 비해 1.75 달러(2.3%) 오른 76.70 달러에 거래를 마감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6 달러를 넘어선 것은 NYMEX에서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지난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 유가를 1년전과 비교하면 28%가 오른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시장의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사상 최고인 배럴당 76.95 달러까지 올랐다가 전날에 비해 2.30 달러(3.1%) 오른 76.69 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 거래에서 1.64달러(2.14%) 오른 배럴당 78.34달러에 거래되는 등 78달러선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에게 유가 공포를 키우고 있다.

정규장에서는 76.69달러로 거래를 마쳤던 원유는 시간외거래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77달러대를 돌파했고 이어 78달러선마저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어 국제원유시장은 물론 상품 및 금융시장에서도 상품가격 상승과 주가 급락 등이 발생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아시아 지역 악재로 유가 계속 오를 전망

여름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미국의 원유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온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악재가 한꺼번에 지정학적 변수로 작용하며 유가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악재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마저 돌파할 위태로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은 12일 레바논 내 시아파 민병조직인 헤즈볼라가 자국군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육ㆍ해ㆍ공군 합동작전을 통해 레바논 남부를 공격한 데 이어 13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의 국제공항 활주로까지 폭격하는 등 중동지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과 독일의 외교장관들도 이란 핵 문제를 안보리에 다시 회부하기로 합의하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하면 제재 조치를 받는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은 이탈리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에니스파가 운영하는 송유관 2개를 파손, 하루 12만 배럴의 석유가 유출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유엔 제재 결의안 체결이 임박하는 등 동북아 군사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피맛증권의 에너지 분석가인 존 킬더프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세계에 공급되는 원유가 세계원유의 25%에 이른다"며 "이란이 이 원유들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 이는 베네수엘라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유가를 천정부지로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솔라리스 자산운용의 수석투자담당관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유가를 급상승시키고 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돈을 빼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채권과 금 등에 다시 투자하면서 고유가 현상이 국제상품시장과 금융시장에 도미노현상처럼 돈의 흐름을 새롭게 만드는 혼란스러운 시장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아담 시민스키 수석 에너지 연구원은 "이스라엘, 이라크, 나이지리아와 이란 등이 투자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며 "중동지역의 긴장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터부시 앤 어쏘시에이츠의 제임스 리터부시 사장은 "충분한 모멘텀이 있다면 유가가 더 오르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며 "중동지역을 둘러싼 긴장은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고, 우리는 랠리가 끝나기 전에 돈을 더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자 차관 "두바이유 밤새 배럴당 70달러 넘어"

이와 관련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14일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해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고 당분간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중동사태와 북한 미사일사태 등 국제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의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도 있어 유가가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우려했다.

이 차관은 "세계적으로 원유 잉여생산이 1% 밖에 안돼 조그마한 충격에도 유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가 대부분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이같은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간밤 배럴당 70.39달러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70달러를 넘어섰다"며 "당초 국내 전문가회의에서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5~7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금 상황은 70달러대를 전후해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차관은 최근 여당에서 재검토를 요구한 경유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유가 상승을 감안한 것 외에도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에 비해 경유가격이 너무 낮아 소비 쏠림이 있고 상대적으로 대기오염도 심해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이게 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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