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에게 7.26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근태 의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정 전 의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출마를 권유했고 정 전 의장은 깊이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당이 어려운 때에 나서는 게 명분도 있고 이 길이 진정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권유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전 의장측 관계자도 이날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 전 의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노 대통령이 직접 정 전 의장에게 서울 성북을 출마를 권유했었다"고 말했다.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의장직에서 물러난 마당에 국민에게 또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완곡하게 고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이 뜻을 모아 정 전 의장을 설득해 줄 것을 당 지도부에 요청하는 등 정 전 의장의 성북을 출마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지난 4일 열린 비상대책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 전 의장의 출마 문제를 의제로 채택 논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외국 연수 계획 등을 밝히면서 일관되게 고사를 뜻을 밝히는 바람에 무의로 끝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 정가에서는 공천 막판에 김근태 당의장이 김두관 전 최고위원을 경남 마산갑 재보선에 출마시키자고 제안했던 것도 정동영 전 의장의 출마 추진과 무관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정동영 전의장 출마를 권유한 것은 5.31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의 진의를 모르고 있다는 또하나의 증거"라고 청와대측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묘한 파문이 일자, 김부겸 공천심사위원장은 “일부 인사들이 했던 일이지, 공천심사위 차원에서 공식 추진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 또한 “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에게 출마 권유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전 의장측은 “출마 권유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침묵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15일께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한 달 예정의 연수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