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완전 난리에요, 난리"
<뷰스 칼럼> 연리 18%짜리 고리대 '그룹 회사채'까지 출현
10월이 시작된 1일, 시중은행의 고위임원이 전한 시장 분위기다.
이날 금융계와 재계의 최대 화제는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온 굴지의 모 그룹의 연리 18%로 회사채가 유통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문제 그룹은 수년간 M&A로 그룹 덩치를 키워온 그룹중 하나다.
금융연구기관의 모 임원은 "정상 금리보다 배나 높은 연리 18%짜리 회사채가 어디 회사채냐. 고리대 사채지"라며 "서로 못믿는 불신이 극에 달한 양상"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자산 크기만 중시하고 부채를 가볍게 여기다가 호된 곤욕을 치루는 모양새"라며 "랭킹 10위내 그룹이 이럴 정도면 다른 중견,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어떨지는 뻔할 뻔 자 아니냐"며 시중 금융경색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모 대기업의 자금당당 임원도 "지금 시장 분위기는 은행과 은행이 서로 못믿고, 은행이 기업을 못믿는 극한 불신상황에 빠져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월가만 바라보고 환율 방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인데 국내 시중의 금융경색 문제도 시급히 다뤄야 할 중대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그룹이 18%짜리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건 IMF사태 이래 처음 있는 심각한 사태로, 지금 시중 분위기는 '세미(Semi) IMF'"라고 전했다. '준(準)IMF 사태'로 표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30일 만난 한나라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지금 여의도에는 곧 쓰러질 6개 중견 건설업체 명단이 나돌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쓰러질 곳은 쓰러져야 정상이나, 그후 몰려올 쓰나미가 걱정"이라며 정치권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을 전했다.
시중 금융경색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1일 당정협의를 갖고 중소기업에 4조3천억의 정책자금을 긴급 지원하는 동시에 파생상품 '키코'로 파산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에게 신규대출, 만기연장 등의 간접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의 단기 유동성 문제는 해결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시중은행들의 달러 가뭄에 대해 "외환보유고를 풀겠다"며 거듭 외화공급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장상황은 급속히 악화되는데 정부는 뒤늦은 미봉책을 쏟아내면서 "선제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기관 임원은 "칭찬은 남이 해줘야 하는 건데 지금 정부는 자화자찬에 급급하다"며 "위기 불감증인지, 아니면 자기보전을 위한 허장성세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는 "지금 우리경제가 월가 공황으로 불가항력의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며 "그럴수록 정부가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적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시장의 불안과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 시장 위기의 근원은 '상호 불신'이다. 서로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돈을 서로 안꿔준다. 은행이 돈을 안 꿔주기에 기업은 고리대에 가까운 18%짜리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며 시중에는 10월 첫날부터 '10월 위기설'에 나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를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월가 공황도 마찬가지 '상호 불신'에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위기 해법의 골간은 '신뢰 회복'이 돼야 한다. 정부의 자화자찬은 상호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시장이 믿는 리더를 새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비상내각 구성'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연말까지 기다릴 때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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