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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인터뷰> 백학순 세종연구소 실장 "인도지원 계속해야"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이 양자협상에 조속히 응할 것을 재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간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데다, 북한 정보 부족과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미비한 상태에서 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서 남북관계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백학순 박사의 분석이다.

백 박사는 국내에 드물게 북한과 미국을 두루 꿰뚫고 있는 최고 전문가다. 대부분 학자나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한 탓에 미국에 기울거나, 국내의 북한 연구자가 북한만을 알다보니 미국과의 관계를 놓치는 일이 허다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까닭에 백 박사는 지난 5월1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 진보-보수진영의 전문가가 총출동해 열띤 토론을 벌인 ‘서울-워싱턴포럼’을 조직한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미국, 다섯가지 이유 때문에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을 것"

백학순 박사는 6일 <뷰스앤뉴스>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의 의도에 대해 “미국에 충격을 줘서 북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미사일과 핵을 포함,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그 결과는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강하게 압박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자협상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기간으로 진통이 불가피하나 종국적으로는 북미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 박사는 부시 정부의 현 대북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다섯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미국 대북정책은 그 전제조건, 즉 가정부터 잘못됐다.
둘째,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셋째, 부시 행정부는 이념 등에 따른 분리정책을 펴면서 합리적으로 정책결정을 할 여유가 갖지 못하고 있다.
넷째, 미국이 이번 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 중 군사력 사용은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섯째, 경제적인 압력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제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도 안된다.

백 박사는 따라서 "결국 시간이 흐를 것이고, 북한은 갈수록 핵과 미사일을 강화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단기적으로 제재조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고 대통령선거도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민주당이 대북정책에 대한 공격에 나설 텐데 공화당 정부는 대응을 해야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과 토론을 시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백 박사는 또 북한 내부 상황과 관련, “북한 내부에서는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안정보장 및 체제 보장을 확인받고 싶어했지만 미국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한을 묶어두고 금융제재와 인권문제 등을 통해 압박하는 형국이 되자 미국에게 속았다고 보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안전보장, 관계 정상화,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받고 싶은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미국이 정권교체를 통한 체제 붕괴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미국이 협상을 제대로 해달라고 이번 미사일 발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대미 압박용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끊자는 것이 아니고 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이후 북한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북 인도지원 계속해야"

백 박사는 미사일 발사후 보인 정부 대응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식량과 비료를 중단하겠다는 발언을 내놓는데 만일 이같은 인도주의적 접근마저 봉쇄하면 남북관계는 경직될 것이고 우리는 북한에 대한 대화채널을 잃어버림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대화나 중재 역할을 상실한 채 국익에 엄청난 피해가 올 것”이라며 정부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백 박사는 “정부가 남북관계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해 명확하게 하면서 국민들에게 했던 공약을 지켜나가야 하는데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끊어버릴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발언권을 실종시킬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재차 정부의 인도지원 중단 방침을 비판한 뒤,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지정학적 사건을 맞아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미압박용 카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주체인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희생시키지 않고 대미, 대일협력을 해나가는 혜안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백 박사는 서울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및 미국 조지아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석.박사를 거쳤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한국연구소에서 연구박사를 거쳐 현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통일정책’분과 위원장, 통일부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 KBS 객원해설위원,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부시정부 출범 이후의 북미관계 변화와 북한핵문제>(2003), <베트남의 개혁·개방 경험과 북한의 선택>(2003), <북한의 ‘개혁·개방’과 탈사회주의화 가능성>(2001), <국가형성전쟁으로서의 한국전쟁>(1999)가 있고, 공저로 <북한의 국가전략>(2003),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2003), <김정일시대의 당과 국가기구>(2000), <21세기 남북관계와 대북전략>(2000) 등 수십편의 저서와 논문이 있기도 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겸 남북관계연구실장 ⓒ 김홍국 기자


다음은 백학순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

"북한, 미국에 절대 속지않겠다는 경계심 커 물러서지 않을 듯"

뷰스앤뉴스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추진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의 추가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가 뭐라고 분석하나.

백학순 박사 미국측에 양자협상에 임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맞춰 발사한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충격을 줘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떠나 기술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다. 북한은 1998년 9월 ‘대포동1’ 발사 이후 발사유예 조처 등으로 8년 동안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사일 수출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판매 목적’을 위해서도 성능이 향상된 미사일을 시험해 볼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노동 미사일을 포함해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사일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었던 점도 미사일 발사를 강행시킨 요인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이나 일본, 한국 등 주변국 모든 나라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만 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행위를 통해 ‘당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의표를 찌르고 나면 긴장이 고조돼 심리전이 먹혀들어갈 수 있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북한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뷰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다 고려했을 텐데, 왜 갑자기 한 발도 아닌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발사를 공언하는 대미 압박에 나섰는지 궁금하다.

백학순 박사 북한의 의도는 양자회담에 돌아와 현안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금융제재 해제 등이 중요한 문제지만 이번 사태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그 의도 뒤에 놓여있는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왜 양자회담을 요구하는가. 북한은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간 틀, 즉 6자회담이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기보다는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붕괴를 바란 미국측 의도에 따라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양자회담을 제외한 다자간 틀에 북한을 몰아넣고 다양한 압력을 가하면서 정권교체, 체제붕괴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북한은 생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미국과 제대로 협상을 한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북한의 대미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북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미사일 발사의 배경에 깔려있다.

북한은 미국이 양자회담을 받아들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제재를 풀기 위해 다자간 논의틀 속에 들어가 이야기하는 미국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미국의 의도에 말려들어 아무런 해결을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그래서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을 통해 21세기 대미생존 전략을 세우겠다는 근본적인 목적에 매달리고 있다.

북한의 대미정책은 과거 소련연방의 붕괴 이후 일관성 있게 한국전쟁 종료, 평화협정 체결, 북미간 정상관계 회복 등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을 포기하겠다고 북미기본합의를 체결했음에도 미국이 이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미국에게 속아서 경수로 전력이 날아갔다고 보고 있다.

북한정권의 입장은 미국에 다시는 안 속는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작년에 어렵게 미국과 베이징(北京)에서 9.19 공동성명을 체결했는데, 미국이 이를 이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통제만 하면서 마카오 금융제재와 북한내 인권문제 등으로 압박하면서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에 나서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여기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까지 하나씩 주고받기 하겠다는 것이 북한 입장"

뷰스 일부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로 묶인 2천3백만달러를 찾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백학순 박사 흔히 일반인들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금융제재로 인한 마카오의 은행에 묶인 2천3백만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미사일을 쏜다고 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그 문제는 북한을 전혀 모르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북한은 2천3백만달러가 아니라 미국이 가하는 금융제재의 성격이 북한과의 합의 틀을 충실히 이행할 생각 없이 6자회담이라는 ‘통제의 틀’로 시간을 끌면서 금융제재를 통한 북한정권 목조르기에 나서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 박사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홍국 기자


북한은 이런 상황인식 아래 6자회담에 그냥 복귀하면 동시에 목 조이는 형태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또 속는다는 그런 과거의 ‘심리적인 상흔’에 사로잡혀 있다. 1차 북핵 위기에서 미국에게 한 번 당했으면 됐지,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 내 주류 의견이다.

북한은 국제여론이 악화되는 것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미국이 주장하는 6자회담 틀과 같은 형태에 속아넘어가는 방식으로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번 말려들면 망한다는 것이 북한정권의 시각이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까지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고받기로 하면서 절대 손해보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북한 내부의 흐름을 봤을 때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명확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북한은 동시에 핵문제 성격이 비대칭적이라는 점을 시각을 갖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행될 경우 공동성명 이행단계에서 북한은 핵 포기 과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조금씩 주면서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에 주는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대칭적 성격을 북핵문제가 갖고 있다는 인식이다.

북한은 미국과 주고받기를 통해 안전보장, 경제에너지 지원, 관계정상화 등 3가지를 받으면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안보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는 미국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 미국이 2002년 초에 알려진 핵태세보고서(NPR)에서 미국의 보유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 7개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하고, 부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 ‘범죄국가’ 등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심각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안보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비대칭적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여러 가지 관계를 생각해보면 북한이 양자협상 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한은 이번 경우에도 도발적으로 해서 미국과 관계를 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갈 경우 생존전략과 목표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므로 미국에 대해 협상을 제대로 하게해달라는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북한 의도다.

"정확한 정보 없어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왜곡 주의해야"

뷰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대다수지만, 일부에서는 추가 발사와 함께 북한이 일부러 연료를 적게 주입시켜 대포동 2호를 추락시켰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백학순 박사 일단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포동 2호가 장거리탄도미사일이 맞다면 실패한 것으로 본다.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에 대해 장거리, 단거리 발사 등을 통해 그동안 개량된 기술을 시험해야할 기술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쏘는 것은 북한의 관례답게 ‘통 크게’ 한 것이다. 적대국에 대한 협상에서 의표를 찌른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시험 발사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특히 5일 오후의 추가발사가 그렇다. 이런 추가발사는 정치적인 효과를 전혀 내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유와 기술적인 합쳐졌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작은 문제가 발생해 발사시간을 늦춘 뒤 고쳐서 발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대포동 2호가 1만5천km를 간다고 미국측이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이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탄인 ICBM은 재래식 무기에 탑재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며, 핵무기를 운반하는 운반체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ICBM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나중에 분석이 제시되고 통계가 나와도 정치적으로 왜곡될 가능성도 크다. 이라크의 경우 침공의 목적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다는 정보왜곡 현상이 북한과의 문제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진전을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북한 군부에 대한 통제력 상실하지 않을 것"

뷰스 북한 군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도 그렇게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백학순 박사 북한 군부는 선군정치를 포함한 북한사회의 중심이다. 선군정치 하에서 이런 사건에서 군부가 우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좋지 않고 바깥에서 위협 신호들이 오면서 국가보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군부의 역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 대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북한사회의 특성상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또 북한의 군부는 미국이 한국과 같은 전문, 직업군인으로 구성된 군대가 아니라 군부 지도자가 최고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요 성원이다.

선군 정치 하에서 이론적인 근거를 보면 이같은 사회구조가 이해될 것이다. 특히 선군정치로 인해 북한사회의 혁명 주력군이 노동자에서 군부로 바뀐 것이다. 이는 엄청난 변화다. 군부가 북한사회의 핵심 구성원이어서 필요할 때는 군부 힘으로 군사안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회구조다.

그러나 동시에 군사안보는 돈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경제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안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동안 개혁 조치하고 미국 및 일본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군부가 경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안보개념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항이다.

경제가 뒷받침해야 군사안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미국, 일본과 교류 협력해야 한다고 김정일 위원장이 설득하면 자본주의도 들여오는 것을 군부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에 놓인 것이 북한사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 내부 문제로 결국은 북한과 양자협상 나설 수밖에 없어"

뷰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하고 6자회담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북한이 주장하는 양자회담은 성사 가능성이 있나.

백학순 박사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미국에 충격을 줌으로써 미국이 북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미사일과 핵을 포함해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말로써 강하게 압박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자협상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에 양자협상에 조속히 응할 것을 재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간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데다,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과 효과적인 대처방안 미비로 협상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뷰스 현재 북미관계는 지금 최악으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미국이 협상할 카드가 고갈됐다며 미국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도하는 등 미국도 마냥 강공책만을 사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이라크 전쟁과 이란과의 갈등 등으로 북한 문제가 결국은 북미 양자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들도 미국측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 될 것인가.

백학순 박사 근본적으로 북한과 함께 미국의 외교를 포함한 대내외 정책에 대한 개념에서 문제를 봐야한다. 첫째, 미국 대북정책은 그 전제조건, 즉 가정부터 잘못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가정은 미국이 6자회담 참여국들을 동원하여 한목소리로 북한에게 공동압력을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핵보유 선언을 하였다.

이는 대북정책의 가정부터 틀렸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의 정책의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 북한의 북핵 보유 선언으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하여 합리화만을 하려고 한다. 이런 개념부터, 가정부터 잘못된 정책으로 계속 압력을 넣어봐야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내 뿐 아니라 한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

둘째,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과정에서 연료를 넣었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의도를 모르겠다. 김정일이 직접 이야기하라”고 했을 정도다. 정책결정이 분석을 통해 나와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대북문제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다 나갔고, 아시아 전문가들도 속속 나가면서 부시 행정부 내에 북한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없다. 북한에 대해 협상을 해본 사람들이 없어 북한이라는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부시 행정부는 이념 등에 따른 분리정책을 펴면서 합리적으로 정책결정을 할 여유가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결정 능력이 저하됐다.

넷째, 미국이 이번 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 중 군사력 사용은 이라크 전쟁과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쓸 카드가 없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도 잘 나타나있다.

다섯째, 경제적인 압력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제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도 안된다. 북한을 제재하려면 중국, 러시아, 한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동시에 받아줘야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권 교체를 통한 김정일 붕괴는 한반도에 혼란이 초래하고 중국의 정책에 안정을 깨트리므로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시간이 흐를 것이고, 북한은 갈수록 핵과 미사일을 강화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이 단기적으로 제재조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어렵다. 만약 미국이 진정으로 대외정책 중 안보 분야에서 핵 비확산과 미사일 위협을 없애겠다면 북한과 직접 양자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계속 가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더욱 발전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고 대통령선거도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민주당이 대북정책에 대한 공격에 나설 텐데 공화당 정부는 대응을 해야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과 토론을 시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이라크 문제만 아니면 북한에 대한 공세도 가능할 수 있지만 이라크 문제로 인해 그럴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거가 다가오면 미국 정치의 특성상 토론과 논란이 커지고 그럴 경우 미국의 정책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해질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란과 이라크 문제와 함께 북한에 대해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면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발언권 유지위해 인도적 지원과 북한과의 대화 계속해야"

뷰스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10일 방북해 북한과 대화에 나선다. 중국측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면서도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백학순 박사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미사일과 핵문제가 중국 아닌 대미용이라는 점과 북한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런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항상 중국은 한반도에서 평화안정을 유지하고 자기들의 이익도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 반대할 것이다.

뷰스 한국정부는 어떻게 이번 문제를 접근해야 하나.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판하고 비료와 쌀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하는데.

백학순 박사 우리 정부 입장이 매우 어렵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명확하게 강조할 사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대미 압박용, 정치용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곧바로 미국에 직접대화 메시지를 보낸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미국과의 관계를 끊자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자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리 제 발 저리듯 식량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자고 나서서는 안된다. 인도주의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이런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할 경우 금방 남북관계가 경직될 것이다. 만일 우리 측에서 먼저 북한과의 대화와 지원을 안하겠다고 하면 남북간 만남은 결렬되고 남북관계는 아마도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대화가 끊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북핵문제 등이 포함된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대화채널을 없앨 경우 누가 우리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인가. 우리는 대화도 못하고 중재적인 역할도 못할 것이고, 무슨 사태가 발생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국익을 상실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당신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남북관계는 당신들이 할 수 없는 유일한 대화 채널로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양보와 협조를 얻어내도록 북한과 보조를 맞추는 도구라고 적극 강조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상식적 외교라인이고 우리는 이런 경로를 밟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통일과 번영, 민족의 생존과 발전에 대해 남북관계의 정체성과 비전을 명확하게 해나가야 한다. 남북 관계의 정체성을 세워야 화해 협력이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공약을 지켜나가야 한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하고 대화채널이 끊기면 그 결과는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발언권을 실종시킬 그런 요소를 분명히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협조는 하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사일 발사가 대미용이라는 점에서 북한, 미국, 일본 등과의 외교관계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을 회피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한반도에 대한 발언권을 희생시키지 않는 선에서 대미, 대일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뷰스 개성공단 등 그동안 진행된 남북간 협력사업에 대한 타격도 우려된다. 어려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백학순 박사 개성공단과 같은 민간사업은 정부가 직접 관계할 수 없다. 물론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민간사업도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 제약이 국제적으로 반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지정학적 사건을 맞아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미압박용 카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주체인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희생시키지 않고 대미, 대일협력을 해나가는 혜안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절대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한반도에 몰아닥친 국제지정학적인 변수를 맞아 사안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뷰스 인터뷰에 응해 고견을 이야기해 줘 감사하다.

백학순 박사 초대해줘 고맙다. <뷰스앤뉴스>와 독자들의 발전을 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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