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위기 불감증', 위험 수위
<뷰스 칼럼> 재정부 "한국 계속 수직성장, 2012년 성장률 6.8%"
기획재정부 "내년부터 수직성장해 2012년 6.8% 성장"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중기 국세수입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09년 5.0%, 2010년 5.4%, 2011년 6.0%, 2012년 6.8%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부는 이같은 고성장 전망에 기초해 세금을 계속 줄이더라도 2012년 국세가 212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부의 이같은 전망은 기업이나 은행 등 현장 일선에서 느끼는 전망과는 크게 다른 낙관적 전망이다. 대다수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향후 수년간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의 늪에서 헤맬 것으로 전망하고 수출-내수가 동반침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예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24일 '한국 경제, 아직 최악의 국면 오지 않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 성장세는 악화되고 있는 외부 변수와 내부의 정치적인 불화로 내년까지 제한을 받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소비와 투자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수출도 해외 수요의 부진으로 수개월간 감소세가 이어져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3.9%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역시 투자와 소비 부진, 수출 약화, 글로벌 경제 침체 등으로 한국 경제는 부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물론 지나친 위기론은 금물이다. 심리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과잉 낙관'도 절대 금물이다. '위기 불감증' 역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원 "수출 나빠져도 내수 반드시 좋아질 것"
문제는 강만수 장관을 비롯해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팀 전체가 정말로 한국경제의 앞날을 크게 '낙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병원 경제수석의 경우 일관되게 수출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겠지만 대신 원자재값 급락으로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제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환율이 오르더라도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는만큼 내수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 상황은 미국의 7천억달러 구제금융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설상가상으로 시중은행들의 달러 가뭄과 헤지펀드 등의 환투기 공세로 연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더욱 심해지면서 내수는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 "서민계층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기류는 변함없이 낙관론 일색이다.
한 예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2일 일부 기자들과 시내 모처에서 가진 만찬모임에서 "김석동 전 차관이 최근 <중앙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어렵지만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축복이라고 했다"며 "IMF때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IMF는 우리 내부 문제로 발생했으나 지금은 외생변수문제다. 준비태세는 탄탄하다. 747 공약 실현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거 맞는 예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부가 향후 우리 경제가 수직성장해 오는 2012년 6.8% 성장할 것이란 전망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그는 또 "상황을 몰라서 파탄나는 상황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회복될 때 더 빨리 가는 방법이 있다. 극복 못할 위기가 아니다"라고 거듭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서민계층이 돌아오고 있다. (대통령은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많은 준비를 했다. 회의 들어가면 다 줄줄 꿰고 있다. YS, 노무현 때 같이 나라돈 허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경질여론에도 이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신임하는 이유에 대해선 "허튼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IMF사태 전야에도 "2020년 되면 한국, 영국 제치고 '뉴 G7' 될 것"
IMF사태가 터지기 전 해인 1996년도 일이다.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 전신)과 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몇달 간의 시끌벅적한 작업끝에 '신경제 중장기계획'이란 핑크빛 청사진을 발표했다.
재경원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영국을 제치고 세계 7강(뉴 G7)이 되고 교역 규모로는 세계 6위가 될 것"이라 큰소리쳤다. 당시는 경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각에서 외환 위기 걱정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재경원 보고가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영국을 격분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수백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경제강국이고, 1990년대초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활한 신예 강국이었기 때문이다.
대가는 혹독했다. 1997년 IMF사태가 터지자 영국 금융기관들은 가혹하게 돈을 빼내갔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영국 언론들은 "아시아의 용이 지렁이가 됐다"고 비아냥댔다.
경제관료들의 '위기 불감증'이 초래한 국가 참사였다.
지금 상황은 1997년도와는 분명 다르다. 외환보유고나 기업 재무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위기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도부의 '위기 불감증'만은 고쳐야 한다. '위기 불감증'이야말로 위기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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