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한국을 노리고 있다더라"
<뷰스 칼럼> 심상치 않은 '원화 나홀로 약세' 긴장해야
추석 직전에 만난 한 외국계은행 고위임원이 전한 외국계 핫머니들의 동향이다. 이미 서서히 공세는 시작됐다는 얘기다.
워낙 섬뜩한 얘기이기에 정부 요로의 관계자들과 외환당국 등에도 이 말을 전해줬다. 한 외환당국자는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같은 경우는 "한국은행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고도 많지 않을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달러 휴지조각, 원화는 더 휴지조각...태국 바트화보다도 못해
23일 새벽 달러화가 폭락하며 유가가 사상최대 폭등하고 미국주가는 급락하는 등 세계가 요동쳤다. 그러나 이날 원-달러 환율은 또 올랐고, 한국주가는 외국인들의 2천800억대 순매도에도 국민연금의 사재기로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8.70원 상승한 1,14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만 18%이상 원화는 가치가 떨어졌다.
정부는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한다. 월가 위기로 외국인들이 올 들어서만 30조원어치를 순매도했으니 용 빼는 재주 없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결과, 무역적자가 급감해 10월부터는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더이상 환율불안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다. 7천억달러라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달러화가 휴지조각으로 여겨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라 볼 수도 있으나, 달러화 하락이 계속된다면 상당 기간 국제원자재값은 다시 폭등행진을 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우리나라 원화가 다른 아시아 화폐들한테도 약세를 보이는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거다. 엔화에 대해선 올 들어 이미 22.6% 절하됐다. 일본은 선진국이니 예외로 치자.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변'으로 국가신용등급까지 흔들리고 있는 태국 바트화에 대해서조차 원화는 지난 달 10일 이후 한 달 여간 13.6% 가량 절하됐다. 이것만 본다면 우리나라 상황이 태국보다도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뭔가 이상하다.
흔들리는 정책, 남북관계도...
외환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외환당국의 딜링룸에선 '투기 공세'를 금방 체크할 수 있다.
기업 결재대금 등 실수요 거래는 '촘촘히' 잡힌다. 그러나 '투기 공세'는 다르다. 치고들어오는 것이 금방 보인다. 올 들어 이런 이상징후가 자주 잡히고 있다. 지난 수년간 목격되지 않던 현상이다. 특히 역외펀드의 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범은 오락가락 외환정책이었다. 정권초기 새 정권의 고성장 드라이브가 노골화됐다. 당연히 환율은 폭등했다. 그러다 물가대란이 발발하자 이번엔 정책 방향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야, 새 정부 경제팀은 약팀이구나'라는 인식을 국제무대에 강하게 심어줬다. 약점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협상도 '한국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금융거물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심지어 일본, 중국까지도 기피한 '시한폭탄'을 겁없이 사겠다고 덤빈 용기에 어이없어 했다. 인수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정도로 잠재부실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결국 리먼은 미국정부가 파산내 버렸다.
또한 전세계가 월가 위기에 초긴장하며 파생금융상품 등의 난립을 어떻게 막고 금융감독을 어떻게 대폭 강화할 것인가 부심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여당이 기껏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추진하고 미국식 금융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또하나의 약점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 경색도 또하나의 약점이다. 특히 며칠 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12월쯤엔 안보위기론이 나올 것"이란 발언이 외환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나가며 한 말이나 시장의 반응은 민감했다. 한 외환 딜러는 "아예, '나 잡아 잡수시오'라고 한 꼴"이라고 탄식했다. 가뜩이나 '김정일 건강이상설'로 '컨츄리 리스크(국가위험도)'가 급속히 높아지는 마당에 여당 수뇌부가 할 얘기가 아니라는 개탄이었다.
소로스 "금융시장은 진동추 아닌 럭비공이다"
'환투기 공세'로 영란은행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을 초토화시킨 전력의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책에서 요즘 국제금융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금융시장이 스스로 평형을 유지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니까 진동추가 왕복운동을 하듯, 그것이 잠시 외적인 요인으로 이탈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평형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믿음은 틀린 것이다. 금융시장은 이미 궤도를 벗어났으며,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정상적인 회복은 불가능하다. 최근의 국제 금융시장은 진동추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럭비공처럼 튀면서 많은 나라들을 때리고 있다."
소로스는 이런 말도 했다.
"세계 자본주의에는 중심과 주변이 있다. 중심은 뉴욕과 런던 등 자본의 공급자이고, 주변은 자본의 사용자다. 게임의 규칙은 중심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중심은 주변의 희생으로 이득을 본다.
상황이 불확실해지면 자본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자본주의의 혼란은 중심보다 주변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 월가가 감기에 걸리면 다른 지역은 폐렴을 앓는 것이다."
지금 월가는 감기 정도가 아니라 '급성 폐렴'에 걸렸다. 그냥 있어도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올 판이다. 쓰나미에 용 빼는 재주는 없다. 그러나 쓰나미때 튼튼한 기둥이 박힌 집에 있었던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었듯, '원칙'이란 강한 기둥을 박아야 살 수 있다. 쓰나미가 오는 줄도 모르고 해변가에서 물장난이나 치다간 쓰나미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헤지펀드 등이 월가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새로운 먹이를 호시탐탐 찾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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