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무늬만 다른 보충수업"
우열반 가르고 반강제 참여, 구호만 특기적성교육
정부가 계층간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 그리고 개인 특성화 교육을 위해 지난 해부터 시범실시 하고있는 ‘방과후 학교’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무늬만 다른 ‘보충수업’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혜옥)은 6일 서울 세종로 교육부 앞에서 ‘방과후 파행사례 발표 및 올바른 방과후 활동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방과후 학교 교육의 문제점으로 ▲사실상의 보충수업 ▲우열반편성 교육 ▲학교의 학원화 등을 들었다.
“방과후 학교가 뭐에요?” 특성화 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
본지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 만난 '방과후 학교'의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일 서울 서대문구 H여고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방과후 학교가 뭐에요?”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한 학생이 “아~ 그거 혹시 보충수업 말하는 거에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옆에 있던 동료 학생들도 방과후 학교가 보충수업임을 알았다.
이처럼 일선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란 명칭보다 보충수업이라는 명칭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선 중.고등학교 대부분이 방과후 학교에서 개설해 놓은 강좌들이 죄다 국.영.수 위주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선전하는 개인 특성화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인문계 고교의 경우 논술, 영어회화, 제2외국어 과목 등이 방과후 학교를 장악하고 있었다. A모 학생(여, 18세)은 “저희학교는 수업 끝나고 2시간 정도 보충수업 하는데 대부분 국영수 위주로 돌아가요. 특성교육 했다가 대학 떨어지면 어떡해요?”라며 방과후 학교에서 보충수업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B모 학생(여, 18세)은 “방과후 학교 아닌데...수업 연장인데...”라며 “문제 풀고 보충학습 하는거죠”라고 답했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사항을 보면 방과후 학교의 경우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선택사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가 방과후 학교를 학생에게 강제하거나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공염불에 불과했다.
서울 D고등학교의 C모 학생(남, 18세)은 “선생님들이 방과후 학교 할 거냐고 부모님 도장 받아오라고 가정통신문 주는데요, 그거 그냥 형식적인 거 뿐이예요.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다른 엄마들도 다 동의서 써 내거든요. 그럼 하는 거죠 뭐”라고 답했다.
과잉 입시경쟁에서 어떤 학부모도 남들 다 하는 방과후 수업(보충수업)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인 셈이다. 그러나 해당 학생들은 그런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말했다.
“보충수업 시간에, 아니 방과후 학교에서 진도나가는 선생님들도 있어요. 방학때는 아예 진도 빼는데 시간 다 보내요. 그래서 방과후 학교를 안할 수도 없죠. 방학 같은 때 한 6시간 수업하는데 그거 빼고 어떻게 학교 다녀요?”
모의고사 전교 30등까지 잘라 반 편성 "방과후 학교? 이름이 무색하다"
그동안 방과후 학교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우열반 편성’ 문제도 여러 학생들을 취재한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S고교에 다니는 A모 학생(남, 19세)은 방과후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은 기존 학급에서 받는게 아닌 이동식 수업을 실시한다고 했다.
“일단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짐싸들고 다른 반 돌아다녀요. ‘심화 학습반’이라고 있는데 그 반은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잘라서 만든 반이에요. 말이 심화반이지 우등반 내지는 스카이(SKY, 서울.연세.고려대 이니셜을 딴 명칭)반이죠”
나머지 학생들은 과목에 따라 보충수업 반이 편성된다고 했다. 어떤 학교는 아예 전교 1등부터 꼴등까지 철저히 나눠서 반을 편성한다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A학생은 차라리 이렇게 우열반을 가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반 가르는게 나아요. 선생님들도 면학 분위기 안잡힌다고 끼리끼리 모으는 게 낫다고 해요. 그냥 노는 애들은 노는 애들끼리 공부할 애들은 공부할 애들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아요. 그게 편해요. 심화반 아니면 애들이 좀 졸아도 선생님들이 크게 뭐라하지도 않아요”
“방과후 학교 질 떨어져요”, 학교끝나고 다시 학원으로 직행
방과후 학교로 인해 아이들이 더 이상 방과후 학원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교육부의 공언도 물거품처럼 보였다. 서울 종로구 모 여고에 다니는 S모 학생(여, 17세)은 방과후 학교가 끝나도 곧바로 집으로 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 1시간하고 저녁 밥 먹고, 또 야자(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나면 대략 한 밤 9시 돼요. 그러고나서 저같은 경우는 바로 학원가요. 왠지 학원 안가면 좀 불안해서요. 물론 학원 안다니는 애들도 있지만 그래도 주말반은 많이 다니더라고요.”
서울 마포 S고의 한 학생은 방과후 학교가 끝나도 또 다시 학원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낮은 교육서비스를 문제삼았다.
“선생님들도 대충 가르치는 것 같아요. 보충수업해도 뭐 문제지 하나 풀고 마는 데, 그냥 학원가는 게 속 편해요. 정말 방과후 학교, 질 떨어져요”
이렇게 서울시내 인문고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9~10시께 야간자율학습을 끝내놓고 다시 학원으로 가면 최종적인 귀가 시간은 대략 자정에서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고 한다.
중학교도 예비 입시전쟁터로 변질
방과후 학교의 파행 운영은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번진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가 지난 달 19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초.중등 1백2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과후 학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선 중학교마저도 고등학교처럼 획일적인 문제풀이식 보충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대전 D 중학교의 경우, 교내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른 후 성적 순으로 영어, 수학 각 1개 학급씩 심화반(우등반)을 개설운영했고,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특히 교육부가 방과후 학교 개설에 대해 독려할 초기만 하더라도 컴퓨터, 농구, 축구 등 특기적성 교육을 개설했던 대전 C 중학교의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국영수 통합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심화학습반을 개설해 사실상 입시교육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또 설문조사결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과후 학교의 도입취지와는 무색하게, 일선 학교에서는 국.영.수 혹은 논술, 외국어 반 처럼 패키지 형태로 강좌를 개설해 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노 대통령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무색한 교육격차 원년의 해
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방과후 학교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4일 ‘교육감.교육장과의 열린 대화’에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후 학교에 대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인즉슨 이 방법만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묘수라는 것이다. 동시에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절감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의 이같은 접근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효과 개선을 담보하지 못함은 물론, 공교육의 황폐화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정형평상 대부분 성적 우수자이기 보다 부진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아무리 사교육을 대신한 좋은 교육을 학교에서 시킨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성적이 팍팍 올라가겠냐”고 반문했다.
장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방과후 학교는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에게 보육적 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면서 “그럴러면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보다는 가정형편 때문에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돌보기, 놀기, 먹기, 고민 컨설팅 프로그램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학원강사, 사교육 대기업 등 영리목적의 사교육 종사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과후 학교는 학교의 학원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현실적으로 방과 후 학교가 그렇게(보충수업화)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성을 키운다고 하나 지금과 같은 과잉입시경쟁에서 그게 가능키나 하겠나”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물론 방과후 학교가 기본적인 학원조차 없는 낙후된 지역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그런 지역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나봐도 당장 외부 강사들을 영입하는 문제에서부터 한계는 뚜렷하다”며 “천편일률적인 내신 평가 기준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며 획일화 시키면서 학교교육의 다양성을 기대하겠는가? 학생평가의 자율성, 교사들의 자율성이 뒷받침 돼야 방과후 학교에 대한 선생들의 열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는 단순히 하나의 정책만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 위원장은 “가열된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학벌 문제 등 우리 교육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뜯어고치지 않고 ‘단순히 얼마만큼의 예산을 들였으니 효과 좀 보자’는 식의 전시행정으로는 어떤 정책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형으로 돌변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혜옥)은 6일 서울 세종로 교육부 앞에서 ‘방과후 파행사례 발표 및 올바른 방과후 활동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방과후 학교 교육의 문제점으로 ▲사실상의 보충수업 ▲우열반편성 교육 ▲학교의 학원화 등을 들었다.
“방과후 학교가 뭐에요?” 특성화 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
본지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 만난 '방과후 학교'의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일 서울 서대문구 H여고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방과후 학교가 뭐에요?”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한 학생이 “아~ 그거 혹시 보충수업 말하는 거에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옆에 있던 동료 학생들도 방과후 학교가 보충수업임을 알았다.
이처럼 일선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란 명칭보다 보충수업이라는 명칭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선 중.고등학교 대부분이 방과후 학교에서 개설해 놓은 강좌들이 죄다 국.영.수 위주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선전하는 개인 특성화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인문계 고교의 경우 논술, 영어회화, 제2외국어 과목 등이 방과후 학교를 장악하고 있었다. A모 학생(여, 18세)은 “저희학교는 수업 끝나고 2시간 정도 보충수업 하는데 대부분 국영수 위주로 돌아가요. 특성교육 했다가 대학 떨어지면 어떡해요?”라며 방과후 학교에서 보충수업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B모 학생(여, 18세)은 “방과후 학교 아닌데...수업 연장인데...”라며 “문제 풀고 보충학습 하는거죠”라고 답했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사항을 보면 방과후 학교의 경우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선택사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가 방과후 학교를 학생에게 강제하거나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공염불에 불과했다.
서울 D고등학교의 C모 학생(남, 18세)은 “선생님들이 방과후 학교 할 거냐고 부모님 도장 받아오라고 가정통신문 주는데요, 그거 그냥 형식적인 거 뿐이예요.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다른 엄마들도 다 동의서 써 내거든요. 그럼 하는 거죠 뭐”라고 답했다.
과잉 입시경쟁에서 어떤 학부모도 남들 다 하는 방과후 수업(보충수업)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인 셈이다. 그러나 해당 학생들은 그런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말했다.
“보충수업 시간에, 아니 방과후 학교에서 진도나가는 선생님들도 있어요. 방학때는 아예 진도 빼는데 시간 다 보내요. 그래서 방과후 학교를 안할 수도 없죠. 방학 같은 때 한 6시간 수업하는데 그거 빼고 어떻게 학교 다녀요?”
모의고사 전교 30등까지 잘라 반 편성 "방과후 학교? 이름이 무색하다"
그동안 방과후 학교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우열반 편성’ 문제도 여러 학생들을 취재한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S고교에 다니는 A모 학생(남, 19세)은 방과후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은 기존 학급에서 받는게 아닌 이동식 수업을 실시한다고 했다.
“일단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짐싸들고 다른 반 돌아다녀요. ‘심화 학습반’이라고 있는데 그 반은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잘라서 만든 반이에요. 말이 심화반이지 우등반 내지는 스카이(SKY, 서울.연세.고려대 이니셜을 딴 명칭)반이죠”
나머지 학생들은 과목에 따라 보충수업 반이 편성된다고 했다. 어떤 학교는 아예 전교 1등부터 꼴등까지 철저히 나눠서 반을 편성한다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A학생은 차라리 이렇게 우열반을 가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반 가르는게 나아요. 선생님들도 면학 분위기 안잡힌다고 끼리끼리 모으는 게 낫다고 해요. 그냥 노는 애들은 노는 애들끼리 공부할 애들은 공부할 애들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아요. 그게 편해요. 심화반 아니면 애들이 좀 졸아도 선생님들이 크게 뭐라하지도 않아요”
“방과후 학교 질 떨어져요”, 학교끝나고 다시 학원으로 직행
방과후 학교로 인해 아이들이 더 이상 방과후 학원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교육부의 공언도 물거품처럼 보였다. 서울 종로구 모 여고에 다니는 S모 학생(여, 17세)은 방과후 학교가 끝나도 곧바로 집으로 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 1시간하고 저녁 밥 먹고, 또 야자(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나면 대략 한 밤 9시 돼요. 그러고나서 저같은 경우는 바로 학원가요. 왠지 학원 안가면 좀 불안해서요. 물론 학원 안다니는 애들도 있지만 그래도 주말반은 많이 다니더라고요.”
서울 마포 S고의 한 학생은 방과후 학교가 끝나도 또 다시 학원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낮은 교육서비스를 문제삼았다.
“선생님들도 대충 가르치는 것 같아요. 보충수업해도 뭐 문제지 하나 풀고 마는 데, 그냥 학원가는 게 속 편해요. 정말 방과후 학교, 질 떨어져요”
이렇게 서울시내 인문고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9~10시께 야간자율학습을 끝내놓고 다시 학원으로 가면 최종적인 귀가 시간은 대략 자정에서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고 한다.
중학교도 예비 입시전쟁터로 변질
방과후 학교의 파행 운영은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번진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가 지난 달 19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초.중등 1백2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과후 학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선 중학교마저도 고등학교처럼 획일적인 문제풀이식 보충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대전 D 중학교의 경우, 교내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른 후 성적 순으로 영어, 수학 각 1개 학급씩 심화반(우등반)을 개설운영했고,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특히 교육부가 방과후 학교 개설에 대해 독려할 초기만 하더라도 컴퓨터, 농구, 축구 등 특기적성 교육을 개설했던 대전 C 중학교의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국영수 통합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심화학습반을 개설해 사실상 입시교육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또 설문조사결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과후 학교의 도입취지와는 무색하게, 일선 학교에서는 국.영.수 혹은 논술, 외국어 반 처럼 패키지 형태로 강좌를 개설해 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노 대통령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무색한 교육격차 원년의 해
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방과후 학교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4일 ‘교육감.교육장과의 열린 대화’에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후 학교에 대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인즉슨 이 방법만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묘수라는 것이다. 동시에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절감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의 이같은 접근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효과 개선을 담보하지 못함은 물론, 공교육의 황폐화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정형평상 대부분 성적 우수자이기 보다 부진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아무리 사교육을 대신한 좋은 교육을 학교에서 시킨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성적이 팍팍 올라가겠냐”고 반문했다.
장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방과후 학교는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에게 보육적 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면서 “그럴러면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보다는 가정형편 때문에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돌보기, 놀기, 먹기, 고민 컨설팅 프로그램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학원강사, 사교육 대기업 등 영리목적의 사교육 종사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과후 학교는 학교의 학원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현실적으로 방과 후 학교가 그렇게(보충수업화)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성을 키운다고 하나 지금과 같은 과잉입시경쟁에서 그게 가능키나 하겠나”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물론 방과후 학교가 기본적인 학원조차 없는 낙후된 지역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그런 지역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나봐도 당장 외부 강사들을 영입하는 문제에서부터 한계는 뚜렷하다”며 “천편일률적인 내신 평가 기준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며 획일화 시키면서 학교교육의 다양성을 기대하겠는가? 학생평가의 자율성, 교사들의 자율성이 뒷받침 돼야 방과후 학교에 대한 선생들의 열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는 단순히 하나의 정책만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 위원장은 “가열된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학벌 문제 등 우리 교육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뜯어고치지 않고 ‘단순히 얼마만큼의 예산을 들였으니 효과 좀 보자’는 식의 전시행정으로는 어떤 정책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형으로 돌변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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