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최재천 "참여정부의 북핵관리, 전면적 실패"

대북정책 라인의 '인적 청산'도 주장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5일 오후 당 홈페이지 컬럼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인 최 의원은 NSC 등 외교안보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한 자신의 작년 12월 5일 한 언론사 기고문 중 일부를 소개하며 “그 문제의식은 지금 이 순간, 한 치의 변함이 없다”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탄식했다.

최 의원은 “국민의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는지, 그리하여 이토록 최악의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냉철한 전략적 분석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며 “참여정부의 북핵관리는 대부분 아니면 전면적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도도한 남북화해의 흐름은 계속되는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쉽게 동의할 시민이 몇이나 되느냐”며 “열린우리당이나 참여정부는 늘 방향과 비전은 옳았지만 관리능력 부재, 무능, 오만, 지나친 자화자찬 이런 것들이 문제였고, (그것들이) 민심이반의 최대사유였다. 북핵문제 또한 똑같은 무능과 오만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한 틀에 놓고 정교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남북문제와 한미문제를 분리시켜 관리하는 듯한 잘못된 사인을 수차례 내보냈다”며 “그런 것들이 워싱턴의 여론 악화를 가져왔고,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내적 협상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하나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지난 3년간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복기를 통해 성찰과 반성과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적 재검토가 요청된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인적 대안도 근본적으로 검토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대북정책 라인의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최 의원은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 "지난 3년간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복기를 통해 성찰과 반성과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적 재검토가 요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작부터 잘못된 미사일 문제 대응 방식

‘북핵’과 ‘탄도 미사일’ 문제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분리하여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발사체가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체’일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첫째 북한이 핵무기 생산능력을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핵무기를 전략적으로 운용할 만한 역량이 있느냐의 문제다. 첫 번째 문제는 이미 북한이 극복했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회의적이었다. 이번 발사로 인해 두 번째의 단계도 넘어서게 되었고, 그렇다면 북핵은 현실적 위험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단순한 미사일만의 문제라면 이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반대구상(PSI)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그렇게까지 흥분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만약 이 차원을 넘어 북한이 핵무기의 전략적 운용능력을 획득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국면이 아니겠는가. 우리 외교안보팀의 대응을 보자면 이 점에 대한 무지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일반론 수준의 전망은 쉬운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평정심을 되찾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말도 백번 옳다. 그러나 왜 그토록 수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국민의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는지, 그리하여 이토록 최악의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냉철한 전략적 분석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실패로 끝난 북핵 대응, ‘사람이 문제’였다

참여정부 출범 후 북핵문제는 참여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만 할 최우선적 과제였다. 노 대통령도 ‘북핵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은 깽판 쳐도 좋다’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할 만큼 한반도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였다.

현 시점에서 분명히 확인하자. 참여정부의 북핵관리는 대부분 아니 전면적 실패로 귀결됐다.

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페리 프로세스’를 가져왔듯이 이번 발사 또한 6자회담의 전격적인 재개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 전략적 판단이 아닌 그야말로 우연에 기댄 희망 섞인 몽상일 뿐이다.

북한을 비난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간의 무능과 부실을 회피하려 든다면 이는 위험한 일이다.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을 들어, 북한의 ‘벼랑끝전술’을 들어, 북한의 끝없는 신뢰배반을 들어 어려운 상대의 비정상적인 발상이라 대응키 어려웠다고 변명하는 것, 쉬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정책결정권자로서 어디서 무엇을 했냐고 되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6.15남북공동선언’ 등 국민의 정부의 성과마저 후퇴시켰다고 다시 반박한다면 뭐라고 답변할 것인가.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도도한 남북화해의 흐름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은 맞다. 그러나 쉽게 동의할 시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동북아 평화번영정책’은 옳다. 이것이야말로 참여정부의 외교의 핵심기조였다.

열린우리당이나 참여정부는 늘 그래 왔다. 방향과 비전은 옳았다. 하지만 관리능력 부재, 무능, 오만, 지나친 자화자찬 이런 것들이 문제였고, 민심이반의 최대사유였다.

민심의 잣대를 정직하게 들이대 보자. 북핵문제 또한 똑같은 무능과 오만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유능과 무능은 사람의 일이다. 오만과 겸손도 사람의 일이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였다.

예측되었던 현실, 위기관리전략은 있었나?

이번 사태의 시작은 5월 4일 평양 산음동에서 미사일 발사체가 평양역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되었다. 1998년도 그랬다. 산음동에서 1주일 걸러 발사대로 갔고, 그로부터 약 30일 넘어 발사됐다. 이번에도 1주일 지나 발사대로 갔고, 지연은 있었지만 60일 만에 발사됐다. 20일 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모든 프로세스는 똑같았다.

NSC는 어디 있었는가? NSC 상임위원회는 60일 동안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 왔는가?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는가? UN 사무총장 선거운동에 전념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 정부의 외교안보책임자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번 미사일 사태에 일본과 미국의 외교안보책임자들만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우리의 정보, 우리의 대응, 우리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되었는가? 어떻게 능력을 보여주었는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건 안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미제의 방정식인 것도 잘 안다. 북한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의사결정구조, 이미 상수였다. 부시 행정부의 지독스런 무시와 압박전략, 이 역시 우리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 또한 상수였다.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법은 북한과 미국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이 따로 있었다. 바로 남북한 관계의 점진적 신뢰 회복과 신뢰에 바탕을 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서, 그야말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 정부만이 해낼 수 있는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고 필자 또한 참여정부 출범 이후 내내 이 점을 강조해 왔다. 물론 이 또한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간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분리된 현안으로 바라보는 미시적 안목에서 벗어나 현재 진행중인 미군 기지 이전과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 재조정 현안과도 긴밀히 연계하는 등 보다 큰 틀에서 거시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야만 했다.

정부의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분리 시각, 과연 옳았나?

우리 외교안보팀은 북핵문제의 본질을 여타 북미관계와 분리시켜 대단히 미시적인 사안으로 관리해 온 잘못이 있다. 미국이 9.11테러 이후 새롭게 수립한 세계전략을 오도했다. 북핵에서부터 위폐, 마약, 인권, 금융제재 등에 이르는 미국의 포괄적인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이해가 그야말로 초보적이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한 틀에 놓고 정교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남북문제와 한미문제를 분리시켜 관리하는 듯한 잘못된 사인을 수차례 내보냈다. 이런 것들이 워싱턴의 여론 악화를 가져왔고,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내적 협상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내우외환의 여론악화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리능력은 제대로 보유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북미 강경파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결국 무능의 문제였다.

총론을 전개해 나갈 각론을 갖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전략을 밀고 나갈 전술적 능력이 부족했다. 역사 앞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는 말뿐이었고, ‘영문협상용 따로, 국내설명용 따로’라는 식이었다. 전략적 유연성, PSI 참여, 작전계획 5029, 미군기지 환경오염치유문제 등이 그러했다.

‘반미’ 아니면 ‘친미’, 이분법 속에 실종된 ‘평화관리’

참여정부 속에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참여는 봉쇄됐다. 투명정부 속에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정보는 불투명했다. 미국은 여전히 성역이었다. 북한은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소신으로 평가했고, 미국 문제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강경반미자주파로 해석됐다. 반미는 곧 친북인 현실에서 어느새 외교안보 문제는 성역이 되어갔고, 비판 없는 성역 속에 외교안보책임자들의 무능은 감추어지고 말았다.

이 점에 있어 분명히 지적할 게 있다.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이다. 합리적 보수라면 한미관계에 대한 합리적 비판, 굳이 정리하자면 미국에 대한 비판보다 한미관계를 다루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혹은 당국자들에 대한 비판마저도 반미로 해석하고 강경자주론자로 몰아붙여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했다. 미사일 발사가 현실로 우리 눈앞에 나타난 지금, 여전히 그러한 시각을 유지할 것인지 정말 확인하고 싶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외교안보팀의 무능과 부실을 끊임없이 지적해온 필자의 작은 목소리는 특정 외교안보책임자를 향한 개인적 원한(?)으로 매도당했다. 강경반미자주파와 온건자주파의 대립으로 매도당했다. 물론 필자가 강경반미자주파였다. 자주와 동맹, 친미와 반미의 이분법적 틀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해 온 흑백논리 앞에 필자의 비판은 사장되고 말았다. 그것이 지난 현실이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이제라도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되기를...

작년 9.19 공동선언 당시 정부와 언론은 외교의 초과 목표 달성이라며 얼마나 환호작약했던가? 필자를 포함한 일부만이 이를 각국의 국내사정에 기인한 사태의 일시적 봉합에 불과하며,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제 무어라 변명할 것인가?

미봉책 아닌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전면적 개조 필요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 대하여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며 미국에 대하여 북미 간의 대화를 촉구하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번 미사일 발사 강행과 관련, 북한에 대해 이번 사태가 초래할 최악의 상황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왜 이렇게 최악의 상황을 선택하였는지에 대해 북한 핵심부의 입장을 정밀분석하고 침착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참여정부의 전략적 유연성의 전격 수용과 북한의 이상사태를 가정한 작전계획 5029 수립, 일부에서 우려하는 미군기지의 오산/평택 이전에 따른 대북한 선제공격가능성, 그리고 우리의 PSI에 대한 실질적 참여 결정, 최근 항공모함까지 동원한 동해에서의 대규모 훈련들에 대해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난 3년간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복기가 있어야 한다. 성찰이 있어야 한다.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적 재검토가 요청된다. 필요하다면 인적 대안도 근본적으로 검토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다시 미봉책만 제시하고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들어 일시적 관리에 그친다면 이는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는 일이 된다.

지난 시절 전쟁의 비극은 여전히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전쟁위험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전쟁의 위험, 전쟁의 공포로부터의 자유,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역사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정경희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