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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완전 우향우' 선언

강봉균 정책위의장, 박정희시대 '관치-재벌경제'로의 복귀 주장

열린우리당이 한국은행에 대해 금리인상을 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가 하면, 정부에 대해 노골적인 건설경기 부양을 요구하고, 재계 요구대로 출자총액제 폐지 및 종합부동산세 예외 등을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민생경제'를 명분으로 과거 '개발연대' 시절의 관치-재벌경제로 돌아가자는 식이다. 열린우리당의 앞날을 한층 암담하게 만드는 '역주행'이다.

강봉균 "한은 금리 올리지 마라"?

열린우리당의 관치 부활 요구는 5일 오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김근태 당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관련 당정협의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에 의해 제기됐다.

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당은 서민경제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내년의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려면 금년 하반기 대응책을 마련해야지 논의만 하다 내년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늦다. 앞으로 당정협의는 정부 설명만 비공개로 듣고 몇가지 질의응답을 거치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며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을 주문했다.

강 의장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것은 부문별로 보면 자영업, 개인택시처럼 종사자가 지나치게 많아서 그런 경우가 있어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전반적인 내수경기가 진작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효과를 거두기 어렵거나 구조조정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따라서 금리정책과 재정정책을 내수경기 회복에 맞춰주기 바란다"고 노골적으로 경기부양을 주문했다.

강 의장은 우선 최근 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에 대해 "한국은행이 물가압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경제전망을 낙관하는데 상반기 코아인플레이션이 1.8%밖에 안되기 때문에 한국은행 목표인 2.5%~3.5%인 하한선보다 밑도는 상황인데도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강 의장 주문은 "금리결정권은 한은에게 있다"는 현행 한은법을 정면 묵살하는 관치 발언인 동시에, 지난 4년여의 아파트값 폭등의 근원이 낮은 금리에 있었음을 외면하는 상식밖 주문이다.

동시에 미국 등 세계각국이 자산거품 제거를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금리를 동결할 경우 국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라 국내의 외국투자자금이 일거에 이탈하면서 금융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외면한 주문으로, 과연 강 의장이 경제기획원 출신 정치인인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개발연대의 관치경제로의 복귀를 주장해 파문을 빚고 있는 강봉균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예산 빨리 풀라"?

강 의장은 재경부-기획예산처 등에 대해선 "재정지출은 금년 같은 경우에 예산 조기집행을 안 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집행해야 할 재정사업규모가 88조원에 달한다"며 "경제 각 부처가 사업추진 속도를 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연말에 가서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 불용이나 이월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기 예산집행을 압박했다.

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올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높아 여기에 예산마저 조기집행할 경우 경기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처럼 예산 조기집행을 하지 않은 정부부처에 대한 엉뚱한 시비걸기로 풀이되고 있다. 마치 정부가 조기 경기부양을 하지 않은 까닭에 여당이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식의 투정인 셈이다.

"기업-혁신도시 특혜 더 주고 주택공급 늘려라"?

가장 압권(?)은 강 의장의 건설경기 부양 주문이었다.

강 의장은 건설경기와 관련, "정부의 노력이 부족해서 건설경기 침체가 내수부진 요인이 되고 있다. 건설 투자 증가율이 당초 2% 예상했으나 더 나빠져서 감소세로 돌아갔다. 토목건설 부문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다"고 정부를 비판한 뒤 "계속 공사중인 재정사업은 적어도 당초 공기를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요한 정부 투자사업이 공기를 지키는 것이 거의 없이 연장되고 있다"고 건설경기 부양을 주문했다.

그는 또 같은 맥락에서 "기업도시만 해도 금년 6개 지역을 지정만 해 놓고 사업계획신청은 태안지구 한 군데에 불과하다"며 "특히 대기업이 관심을 갖고 참여토록 규제를 완화해 주기 바란다"며 기업도시에 대한 추가적 특혜를 요구했다.

그는 또 "혁신도시 경우도 지가는 올랐는데 지구 지정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강 의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한 말씀 드리겠다"며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세제강화정책은 반드시 공급원활화 정책과 병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금년도 50만호 주택건설 목표와 수도권 28만호 건설목표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건설이 전년보다 12.8%나 감소하고 있다. 건교부는 금년에 어느 지역에, 어떤 주택을, 언제 공급할 수 있는지 매월 공시해서 주택수급에 대한 국민 불안 심리를 제거해 달라"고 주택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참여정부의 기업도시-혁신도시는 전국의 땅값을 폭등시킨 주범이자, 대표적 친재벌정책으로 평가되는 실패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의장은 추가적인 특혜를 주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국민적 저항이 거셌던 기업도시 특혜법을 도입할 때도 총대를 맸던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또다시 재벌에 대한 추가특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살인적 분양가로 미분양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현시점에 정부에 대해 예정대로 주택공급을 늘리라고 한 주문은 아파트값 폭등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고 있는 '건설족'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아파트값 폭등으로 지지기반이 붕괴한 열린우리당을 완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탄식마저 낳고 있다.

"출자총액제 폐지하고, 사업용 토지 종부세 해제하라"?

강 의장은 출자총액제 폐지와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면제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총제 폐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장경제선진화 타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고 하는데 논의만 오래 끌지 말고 내년부터 시행되도록 금년내 법개정을 해야겠다"며 "참여정부가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논의에 반년 이상 걸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출총제의 연내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출총제 폐지시 그것을 이유로 더 많은 기업투자규제장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공정위를 재차 압박한 뒤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서 순환출자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가 강화되어 기업투자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군지역처럼 시지역도 사업용 토지를 분리 과세해서 우리가 바라는 서비스 산업이나 제조업 투자기업에 무거운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강의장의 이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박정희시대의 '개발연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전두환 시대에는 그래도 공정거래법을 만드는 등 개발연대보다는 조금 진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마저 '박정희 향수'에 몰입하는 양상이다. 민주노동당 표현을 빌자면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해온 열린우리당의 완전 우향우"인 셈이다.
박태견,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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